'우크라 담판' 기싸움..미 "돌파구 기대 안 해" 러 "양보 없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박효재 기자 2022. 1. 10. 21: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양국 대표단 힘겨루기로 사전협상 시작, 사태 해결 쉽잖을 듯
미, 응징 방안 마련 고심…러 “나토 동진 멈춰야 타협할 준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이 시작됐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 사진)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오른쪽)이 이끄는 양측 협상단은 이날 제네바에서 만나 본격적인 회담에 들어갔다. 양측 대표단에는 외교부와 국방부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지대 병력배치 등을 둘러싼 갈등 해소 방안과 러시아가 요구하는 안전보장 문서 채택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전날에는 2시간 동안 만찬을 겸한 사전협상을 통해 입장을 교환했다. 만찬 후 러시아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은 “돌파구를 기대하지 않는다”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랴브코프 차관은 만찬 뒤 취재진과 만나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고 사무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내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서로에게 각자의 요구사항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협상이 열리면 곧바로 핵심 사안에 대한 논의에 돌입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취지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랴브코프 차관은 이번 회담이 한 차례로 끝날 수 있다면서 “당연히 우리는 압력에 굴복해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르팍스통신도 러시아 측은 이번 회담에 관해 낙관적이지 않다고 랴브코프 차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역시 이번 회담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양측 대표단 만찬 뒤 발표한 성명에서 “셔먼 부장관은 주권국가가 동맹을 선택할 자유 등 국제적 원칙들에 대한 미국의 신념을 강조했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와 특정 양자 이슈들을 논의하겠지만 유럽의 동맹과 파트너 없이는 유럽 안보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협상을 앞두고 대러시아 강경파들과 비공개 회담을 갖는 등 오히려 응징 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미 현지매체 악시오스는 지난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관료들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전직 관료들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그에게 미군이 지대공유도탄,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더 많이 배치하도록 촉구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을 비롯해 조 바이든 정부 관료들의 강경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수위를 높인 상황에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이 러시아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회담을 앞두고 나토가 과거 소비에트 연방 소속이었던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등 동진을 추구하지 않고, 러시아 인근 국가들로 중·단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을 것을 문서로 보장하라는 요구사항을 내놓은 상태다.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가 타협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타협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ABC 등 미국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이번주에 열리는 러시아와의 일련의 회담에서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감행한다면 나토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부 지역 국가에 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회담이 양측 제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전진할 만한 기반이 있는지 찾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이번주 열리는 미국·유럽과 러시아와의 일련의 회담은 소련 붕괴 이후 나토와 러시아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박효재 기자 herm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