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우습게 봤다가.. '900억 먹튀 논란' 카카오 차기대표 사퇴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10일 자진 사퇴했다. 작년 말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23만주를 팔아 469억원을 현금화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와 카카오페이 임원 7명은 스톡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해 약 900억원을 현금화했는데 소액 주주들이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동”이라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을 우습게 봤다”는 말이 나왔다.
류 대표의 퇴장이 발표된 10일에도 카카오페이 주가는 반등하지 못한 채 3.3% 하락한 14만8500원에 마감했다. 임원들의주식 집단 매각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29% 하락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이 ‘지금이 고점’이라면서 차익 실현을 했는데 카카오페이의 미래를 좋게 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임원진 현금 잔치에 개미들 폭발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은 주식 집단 매각이 벌어진 작년 12월 10일이 ‘코스피200′ 지수에 카카오페이 주식이 편입된 날이기 때문이다. 호재가 있는 날을 골라 기습적으로 팔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류 대표 측이 “자회사인 카카오페이 주식을 가진 상태에서 카카오 대표가 되면 이해 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모두 매각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 그가 남아있는 48만주 스톡옵션까지 다 처분하면 손에 쥐게 될 현금이 총 1200억원에 달한다.
류 대표는 지난 4일 카카오페이 직원 간담회를 열고 “저를 비롯한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매도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가 대표로 내정된 카카오의 노조는 “지금 이런 여론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카카오의 최고경영자(CEO)가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선임 취소를 요구했다.
◇카카오그룹 이미지, 시총 동반 추락
류 대표의 사퇴 배경에는 카카오 본사의 ‘공동체 컨센서스 센터’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대표에게 “번 돈만큼 사회 환원을 하든지 해서 논란을 잠재워 달라”고 요청하는 등 해결책을 찾았지만, 소액 주주들의 반발과 여론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지난 6일 회사 안팎에서 류 대표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그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류 대표 후임으로 카카오페이 대표에 내정된 신원근 현 부사장도 61억원을 현금화했기 때문에 기부 등의 방법으로 소액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의 조사와 감독 강화 움직임 등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 사태도 파장이 작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카카오그룹 상장사인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넵튠 등 5개 회사의 시가총액 25조원이 증발했다. 작년 12월 10일 118조원이었는데 10일에는 93조원으로 줄었다. 소액 주주들은 “카카오의 도덕성을 믿을 수 없다. 임원들의 주식 매각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미래 성장 산업 투자는 없고, 임원들의 스톡옵션 잔치가 벌어진 것이 카카오그룹의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면서 “지난해 불거진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때보다 도덕성에 더 타격을 받은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10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2위가 카카오였고, 3위는 카카오뱅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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