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차별 해소 꿈 '가물'.."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내달라" [2016 촛불시민이 본 2022 대선 ④]

문광호 기자 입력 2022. 1. 10. 21:12 수정 2022. 1. 1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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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경향신문]

“촛불집회에 나가면서도 이게 소용이 있을까 싶기는 했어요.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무력감이라도 해소해보잔 생각이었죠. 그런데 탄핵이라니. 내가 역사책에 한 줄 쓰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지금요? 정치가 어떻게 되든 내 삶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변화를 이뤄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고요. 대선에도 관심 없어요. 누가 돼도 나한테 큰 영향이 없을 것 같거든요.”

특성화고 기간제 교사 장민선씨(30·가명)는 2016년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했고 누구보다 변화를 열망했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정치가 자신의 삶을 바꿔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최근 정규직 전환을 잠정 합의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박인국씨(52)는 “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로 제 삶이 바뀌었다”고 했다.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공약 이행 속도를 조절하고 사각지대 노동자들에 대한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대학 강사 생활만 15년 한 임순광씨(50)는 “5인 미만 사업장, 플랫폼, 특수고용 등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려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2020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인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들을 청원경찰로 신분을 변경, 직접고용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알바하다가 정규직이 돼 로또 취업” “연봉 5000만원이 넘는다” 등 논란을 촉발시킨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비정규직 정규직화 목소리는 위축됐다.

배달 라이더 위대한씨(28)는 “정규직 전환 문제를 언급하기가 어렵게 됐다. 한쪽으로 단정지어 말하면 다른 한쪽에선 상종 못할 사람이 돼 버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바뀌면 달라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 대선에서 노동 의제는 거의 실종됐다. 일부 후보는 시대착오적 노동관까지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과 삶은 정치와 떼어놓으면 진전될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내달라” “진짜 공정이 무엇인지 얘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은 촛불집회 참석 이후 품은 정치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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