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에 다가가는 이재명..'젠더 프레임 갇힐라' 경계도
[경향신문]
스타트업 여성 대표들 만나
일·가정 양립 등 의견 나눠
“정치권 편가르기 안타까워”
20대 남성 집중 공략하는
윤석열의 행보와 차별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30대 여성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특히 2030 여성들의 ‘회색 표심’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후보는 10일 스타트업 여성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여성의 고용유지, 일·생활 균형, 경력단절 등에 대한 고충과 해법 등을 놓고 토론했다. 이 후보는 “일·가정의 양립, 직장 내 차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아직도 남아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결하면서 평등 사회와 일·가정 양립 사회로 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번 일정은 2030 여성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최근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남초 성향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글을 쓰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여성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선거대책위원회 대화방에 공유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반면 새해 들어서는 여성 관련 의제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여성인권·페미니즘 등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한 데 이어 9일에는 취업준비생 등 청년들과 만나 “페미니즘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20대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 후보가 ‘페미니즘 편을 든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 후보는 ‘젠더 편가르기’로 비치는 것은 지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정치권의 의도적인 분할 전략 때문에 두 편으로 나뉘어 어디 출신이니 하며 이유 없이 증오하고 갈등하는 일이 많았는데, 지금도 (젠더 문제에서) 그런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지급 등 일부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날 “선거를 진흙탕으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슈에 참전하지 않겠다(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도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선 “폐지한다, 반대한다를 넘어서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더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말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2030 여성 전략은 부동층 끌어안기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부동층 비율이 높은 청년층 가운데서도 성별에 따른 분화 양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1월 첫째주 여론조사에서 20대(18~29세) 여성의 부동층 비율은 19.0%, 30대 여성은 17.5%로 나타났다. 전 세대·성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세대 남성들의 부동층 비율(20대 12.6%. 30대 12.1%)보다 5~6%포인트가량 높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들이 민주당·국민의힘이 아닌 ‘기타 후보’를 택한 비율은 15.1%에 달했다.
정치권이 ‘이대남(20대 남성) 담론’에 매몰돼 청년 여성들에게 무관심했다는 자성이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유권자가 이대남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이대남이 모두 열렬하게 환영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이루고 남성들도 역차별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제도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20대 남성이 정권심판 정서가 유독 강한 것과 달리 20대 여성은 유동성이 매우 큰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가치·지향과 매칭되는 후보가 아직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어느 국면이 오면 (특정 후보에게)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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