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속의 불만 -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명원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현재는 이른바 범정신분석학 이론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20대의 한때에는 탐구에 몰두하기도 했다. 마침 한국에서도 프로이트 전집이 번역되던 시점이어서, 동료들과 함께 독서회를 진행했었다.
그의 저작 가운데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창조적인 작가와 몽상> <종교의 기원> <문명 속의 불만>으로 번역된 책 속의 논문들이었다. <창조적인 작가와 몽상>에서는 프로이트주의에 입각한 작품 해석, <종교의 기원>에서는 속죄의식과 기독교의 관련성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역시 <문명 속의 불만>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저작으로 남아 있다. 왜 고도로 발전한 문화와 문명 속에서 인류는 ‘전쟁’을 회피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이 이 저작의 중심적 문제의식이다. 특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 사이에 진행된 ‘전쟁’에 관한 서신 교환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서간에서 아인슈타인은 세계대전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칸트식의 세계공화국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별국가의 주권 포기, 지배계급의 권력욕 억제, 학교·언론·교회에 의한 대중의 감정조작과 통제에 대한 저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프로이트는 문명화 과정 즉 지성의 강화에 따른 공격적 본능의 억제와 전쟁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정당한 불안이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토피아적 희망’이 아닐까 하고 답변한다. 문화를 통한 승화 효과와 공포의 균형을 근거로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프로이트는 전쟁의 심리적 근거인 본능적 공격성의 완전한 승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는 말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반대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명원 |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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