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콘텐츠의 또 다른 개가, '오겜' 오영수의 골든글로브 수상
[경향신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오영수씨가 9일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는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방송 시상식 중 하나다. 한국 배우가 한국 드라마에 출연해 골든글로브 상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 <기생충>의 2020년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씨의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에 이은 또 하나의 개가이다. 진심으로 오씨의 수상을 축하한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 사상 유례없는 흥행 기록으로 수상에 앞서 값진 기록을 세웠다.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이 작품은 지난해 9월 공개 후 53일간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달렸다. 넷플릭스 역대 최장 기간 흥행 기록이다. 오씨는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극의 흐름을 좌우하는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이러다가 다 죽어” “우리 깐부 맞지” 등 그의 대사는 경쟁 사회의 비극적 속성을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보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오씨의 외길 연기 인생이다. 1967년 극단 광장 입단 후 영화와 TV드라마에 가끔 출연했지만 오씨는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작품의 의미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광고 출연을 고사할 만큼 작품의 완성도에 집착한다. 이번 수상은 오씨가 꾸준히 보여준 연기 정신에 대한 보상이다. 오씨는 수상 소감에서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며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은 TV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K콘텐츠의 수준과 브랜드 가치를 확인했다. 오씨의 열정과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를 빛낸 ‘오징어팀’에 경의를 표한다.
<오징어 게임> 감독·출연자들은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식 참석을 거부했다. 골든글로브가 인종과 성 차별적이라는 비판에 공감해서다. 골든글로브는 그동안 비영어권 영화에 비우호적이었고, 이 때문에 영화계의 평가와 달리 <기생충> <미나리> 배우들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결국 할리우드의 보이콧으로 올해 시상식은 무관중·무중계로 진행됐다. 골든글로브 주최 측은 편견 없는 행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세계인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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