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2만원에 넘긴 주소, 이석준 살인에 쓰였다

김윤이기자 2022. 1. 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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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 중이던 여성을 찾아가 그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25)이 확보한 피해자 집 주소는 구청 공무원으로부터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2만 원에 피해자 주소 넘겨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10일 수원 권선구청 건설과 소속 공무원 A 씨(40)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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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17일 오전 서울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12.17/뉴스1
신변보호 중이던 여성을 찾아가 그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25)이 확보한 피해자 집 주소는 구청 공무원으로부터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이 개인정보 유출의 대가로 이 공무원이 받은 돈은 2만 원이었다.

●2만 원에 피해자 주소 넘겨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10일 수원 권선구청 건설과 소속 공무원 A 씨(40)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A 씨가 유출한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흥신소 업자와 직원 1명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텔레그램 ‘고액 알바 모집’ 광고 등을 통해 흥신소 업체를 알게 된 후 도로점용 과태료 부과를 위해 부여된 차적조회 권한을 이용해 파악한 개인정보를 업체 측에 넘겼다.

2020년 1월부터 약 2년에 걸쳐 개인정보 1101건을 불법 조회해 제공했는데, 가족이 이석준에게 끔찍하게 살해된 여성의 개인정보도 그 중 하나였다. A 씨는 2만 원에 흥신소 업자에게 주소를 넘겼는데 이후 흥신소 2곳을 더 거친 후 50만 원을 낸 이석준에게 흘러갔다. 이석준은 지난달 10일 이를 활용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의 거주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빌라에 찾아갔고, 흉기로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흥신소 업체로부터 마치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대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넘겨 준 개인정보 건수를 정산해 받은 금액은 매달 200~300만 원, 총 3954만 원을 받았다.

●통제 시스템 부재가 흉악 범죄로

개인정보 유출이 흉악 범죄로 이어질 수 있지만 처벌은 약한 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과 그 사실을 알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A 씨의 경우 뇌물 수수 혐의가 함께 적용돼 형이 가중될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이들을 가중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에 따르면 A 씨가 소속된 수원 권선구청에는 차적 조회 권한 남용을 방지할 시스템이 없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조회할 때는 사유를 쓰게 돼 있는데, 해당 구청에선 그런 게 없었다. 또 조회 전후에 결재를 받는 절차도 없었다”고 했다. 권선구청 관계자도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실제 이같은 시스템이 없다고 인정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본보가 서울·경기 소재 구청 3곳에 전화로 확인한 결과 모두 개인정보 조회 때 책임자 결재가 필요하지 않았고, 부정사용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검찰은 이석준 사건과 별개로 흥신소 업자들에게 개인정보를 판매한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지난달 13일 A 씨를 붙잡았다. 이후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던 송파경찰서가 이석준에게 피해자 집 주소를 넘긴 흥신소 관계자 B 씨(37)를 체포해 정보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A 씨가 피해자의 주소를 최초로 제공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의 전모가 드러났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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