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탈북민 왜 되돌아가나

2022. 1. 1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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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시 돌아갈래!'

망가진 인생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한 한 중년 남자가 꿈과 희망이 가득했던 과거로 돌아가겠다며 철로 위에서 달려오는 기차를 끌어안듯 절규하지요. 한국 영화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니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새해 첫날 동부전선의 철책을 뛰어넘어 귀순 14개월 만에 탈북민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사건을 두고, 국내에서는 해이해진 군 경계태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선 탈북민 유턴 사건과 관련해 '폐쇄회로 TV에서 그를 5번이나 놓친 한국군의 무능보다, 30대 초반 탈북민의 월북 동기가 더 놀랍다.'라며 보도하고 있습니다.

생지옥 같은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만큼 그리던 남녘땅에서 자유를 구가하며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하는데 왜 돌아가냐 이거죠.

북한인권센터에 따르면 탈북민의 18%가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고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높은 실업률과 알코올중독, 우울증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탈북민 사망원인의 15%가 극단적 선택일 정도로 이들이 겪는 삶의 질은 심각합니다.

또한 '탈북자는 변절자'라고 비난한 어느 국회의원의 말이 대변하듯 우리 사회의 싸늘한 시선과 미묘한 편견도 힘들지요.

탈북민의 자진 월북이 이어지면 북한 주민들은 남한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또 고작 3만 명에 불과한 탈북 동포조차 끌어안지 못하는 한국이 과연 통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는 의구심도 갖게 될 겁니다.

우리 사회는 탈북 동포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념 위주의 '하나원' 정착 교육을 실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일손 부족이 심각한 농촌이나 제조업체와 연계해 취업을 적극 알선 지원하는 등 정부가 나서줘야 합니다.

북한 체제의 피해자이자 증언자, 또 먼저 통일이라 불리는 이들을 이등 삼등 국민으로 취급하고 외면한다면 인권과 생존권 문제를 넘어 그 화살은 돌고 돌아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탈북민 왜 되돌아가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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