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윤석열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 "헛소리" 나오는 까닭

권혁철 입력 2022. 1. 10. 20:06 수정 2022. 1. 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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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200만원 월급 주려면 5조1천억원 더 필요
윤석열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 통해 재원 마련"
병사 월급 인상 땐 초급 간부도 함께 올려줘야
병력 안줄이면 '월급이냐 무기냐' 선택해야 할 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대 남성을 겨냥해 내놓은 ‘병사 봉급 월 200만원’ 10자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고생하는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돈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 올라온 질문에 “그 공약(병사 월급 200만원)은 헛소리”라고 거칠게 비판한 것도 구체적 재원 조달 계획이 없다는 점 때문인 듯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엄격한 세출 구조조정”을 들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병사 봉급은 연간 2조100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최저임금으로 보장할 경우 지금보다 5조1천억원이 더 필요하다”며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청년들에게 국가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간 5조1천억을 마련해 병사들 월급만 올려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병사 월급은 장교, 부사관 등 군인 전체 인건비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사 1호봉은 175만원 가량(수당 제외)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은 현재 중사 3호봉(197만원)보다 많다. 병사 월급 200만원(연봉 2400만원)은 중위 2호봉(2436만원) 수준이다.

군 관계자들은 병사 월급을 인상하면 소위·중위, 하사 등 초급 간부 봉급도 상응해서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도 우수한 초급 간부를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앞으로 병사 월급보다 적은 돈을 받으며 근무할 초급간부를 확보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을 현실화시키려면 초급 간부 월급과 연계해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윤 후보가 추정한 5조1천억원보다 휠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0일 “부사관 월급도 200만원 안 된다”며 “도대체 부사관 월급, 또는 장교 월급은 어떻게 할 건지 말해줘야 한다”고 지적한 게 이런 배경이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임기 안에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하고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7년까지 200만원을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2030년부터 한국형 모병제를 전면 실시하고 병사 초봉 3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 후보 모두 의무 복무하는 징집병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는 모병제 틀 속에서 병사 월급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국군 50만명(의무복무 30만명+간부 20만명)은 징집된 병사들에게 낮은 급여를 주고 인건비를 절감해 대규모 병력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병사 급여를 높이려면 병력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기에 다른 후보들은 30만명 감군 등을 전제로 한 모병제를 꺼낸 것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모병제에는 “장기과제”라며 부정적인 태도이다.

병력을 줄이지 않고 병사 월급 200만원이 가능하려면 국방 예산 자체를 크게 늘리거나 무기 개발·구입에 쓰는 방위력개선비를 손봐야 한다. 윤 후보는 세출 구조조정을 내세웠지만 밑돌 빼서 윗돌 괴기다. 돈 쓸 곳이 많은 정부 예산 사정을 감안하면,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국방예산은 크게 무기를 마련하는 방위력개선비와 인건비와 복지 등 전력운용비로 나뉜다. 올 국방예산은 54조6천억원인데, 방위력개선비(16조7천억원)가 30%, 전력운용비(37조9천억원)가 70% 가량이다. 전력운용비는 감축의 여지가 없는 경직성 경비라서 인상된 병사 월급을 감당하려면,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병사 월급 200만원에 필요한 연간 5조1천억원 예산이면 해군의 숙원 사업인 경함모 2대를 건조할 수 있고, 공군 최신예 전투기인 F-35에이(A)를 42대 구매할 수 있다. 윤 후보 구상대로라면 자칫 병사 월급과 무기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밸런스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병사 월급은 △병장 67만6100원 △상병 61만200원 △일병 55만2100원 △이병 51만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병사 월급은 3배 가량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2017년 기준 21만6천원이었던 병장 월급은 올해 67만6100원으로 올랐지만, 최저임금(월 191만원)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병장 월급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엔 9만7500원이었고, 박근혜 정부 말기였던 2016년엔 19만7000원이었다.

전세계에서 징병제를 유지하는 나라 중에서 병사 월급이 우리보다 낮은 곳은 찾기 어렵다. 이런 배경에는 ‘의무에는 충분한 보상이 필요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병사 봉급 현실화는 2000년대 노무현 정부 이후 본격화됐다. 2002년 가을 <한겨레21>이 추석 때 당시 평균 2만여원에 불과하던 병사 월급 문제를 공론장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게 계기였다. <한겨레21>은 일당 700원짜리 병사 근무 여건을 ‘대한민국 사병은 거지인가’란 도발적인 제목으로 제기했다.

병사 월급은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먼저 사용하느냐는 문제다. 역대 병사 월급은 재정여건,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달라졌다. 결국 사회적 합의와 집권 세력의 정책적 의지의 문제이다. 페이스북에 한줄 짜리 공약으로 던지기엔 뜯어보고 따져볼 내용이 너무 많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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