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논란에 또터진 악재.. 카카오 '흔들'
류영진 내정자 '먹튀 논란' 사퇴
새 CEO 선임문제 본사 어수선
업계, 규제 압박 확산 여부 촉각
국내 대표 IT(정보기술) 기업인 카카오가 잇단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 차기 CEO(최고경영자) 내정자까지 '먹튀 논란'에 휘둘려 중도하차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CEO 리스크가 국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또 다른 규제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는 10일 카카오 차기 CEO로 내정됐던 류영준(사진) 카카오페이 대표가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 차기 CEO로 내정된 지 불과 46일 만이다.
류 내정자의 자진 사퇴는 최근 발생한 먹튀 논란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속에서 상생기조 정착, 경영혁신을 위해 류 내정자를 차기 CEO로 낙점한 바 있다.
그러나 류 내정자를 비롯해 신원근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 내정자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회사 주식 900억원어치를 대량 매각하면서 먹튀논란으로 확산됐다.
류 내정자는 지난 4일 전사 간담회를 열고 사과 의사를 표명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카카오 노조는 류 내정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반발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류 내정자가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까지 논의되는 상황을 초래한 만큼,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류 내정자는 사퇴 의사를 밝혔고 카카오 이사회는 최근 크루(직원)들이 다양한 채널로 준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류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카카오는 차기 CEO 물색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카카오는 여민수 카카오 대표 단독 체제로 갈지, 공동대표를 새롭게 선임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카카오측은 "새 CEO 선임과 관련해서는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추후 공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류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며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카카오는 큰 상처를 입게됐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CEO 리스크까지 잇따라 불거지면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어떻게 끌어 올릴지가 관건이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도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와 함께 5년간 상생 기금 3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기금 운용 방안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류 내정자 선임 역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해소하고자 글로벌 사업 확장, 경영 쇄신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이번 사태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당국의 규제 압박으로 이어질 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찬성 입장이고, 국민의힘도 신중론을 펴면서 플랫폼 규제에 힘을 더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수익 극대화라는 본래 사업의 목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강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경영진이 900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 것은 굉장한 충격을 주는 일이고, 향후 있을 카카오 계열사 IPO(기업공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면서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단기적인 이익보다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도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무조건적으로 기업을 규제하기 보다 상생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카카오 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류 내정자의 자진 사퇴에 당연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승욱 카카오 노동조합 지회장은 "이번 사태로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제가 감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면서 "이제는 회사·노동조합 모두 구성원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밝혔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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