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숙원' 걷어찬 與..법사위 문턱 못 넘은 복수의결권

이벌찬 기자 2022. 1.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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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경영권 보호해주는 제도, 일부 민주당 의원 반대로 법안처리 보류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이 지난해 국내 증시 대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택한 가장 큰 이유로 복수의결권이 지목된다. 복수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외부의 인수·합병 시도를 견제하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연합뉴스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복수의결권 법안이 10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법사위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상임위 법안 51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복수의결권이 포함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은 일부 여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로 이날 안건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11일 본회의를 끝으로 임시국회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2월에야 다시 논의될 수 있게 된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벤처업계의 숙원 사업이다. 비상장 기업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 한주에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스타트업이 투자를 많이 받아 창업자 지분 비중이 낮아지더라도 창업자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수년 전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요구해왔으나,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재벌들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정치권 일각의 반대에 부딪혀 왔다.

법안 통과의 희망은 2019년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해 3월 ‘제2벤처 붐 확산전략 보고회’에서 복수의결권 도입 허용 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과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복수의결권 도입이 들어갔다. 지난달에는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복수의결권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당시 합의 과정에서 복수의결권을 상속하거나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스타트업이 커져서 공시대상이 되면 창업자 보유 주식을 한 주에 한 개의 의결권이 주어지는 보통주로 전환하는 등의 ‘안전 장치’를 걸었다. 그러나 지난달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대주주에게 지배력이 집중될 우려가 있고, 기술과 경영능력이 있으면 복수의결권 없어도 경영권이 보장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고, 결국 법안 처리가 보류됐다.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이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했는데도 일부 강경파가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10일 벤처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등은 성명에서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혁신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간곡한 염원인데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재벌 대기업의 편법 경영권 승계 악용 차단, 엄격한 주주 동의를 통한 발행, 소수 주주 및 채권자 보호를 위한 복수의결권 행사 제한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라고 밝혔다.

선진국들이 복수의결권을 도입해 혁신벤처 생태계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낙오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미국·영국·프랑스 등 17국이 복수의결권을 시행 중이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도 2018~2019년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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