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어머니' 배은심 여사 조문에 진땀 뺀 윤석열(종합)

변재훈 2022. 1. 10. 19: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고인 마지막 뜻' 민주유공자법 놓고 장례위와 장외 설전
"의원 아닌데 어떻게 약속하냐…조문 막는 건 모순" 반박
"잘 모르는 법안, 당과 상의해보겠다"…대학생 거센 항의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은 가운데 조문을 사양하겠다는 장례위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2.01.10.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이영주 김혜인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자 일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배은심 여사 빈소를 조문하다 진땀을 뺐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민주유공자 예우 관련 법 제정 요구에 "잘 모르겠다"고 했고, 조문 전후 빈소 주변에선 조문을 거세게 반대하는 목소리에 직면했다.

윤 후보는 배 여사의 장례 둘째 날인 10일 오후 5시 20분께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도착, 빈소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빈소가 위치한 건물 입구 앞에 나와 있던 장례위 측은 윤 후보의 앞을 막고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장례위 관계자는 "어머님이 마지막까지 외쳤던 것이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하라는 목소리였다. 국민의힘에선 이 법안에 대해 마치 '셀프보상법, 586 노후보상법, 자녀 입학 취업 특혜법이라고 했다. 이 법은 목숨 바쳐 (민주화를) 이뤄낸 데 대해 보상해달라는 것이었다"며 법 제정 약속을 요구했다.

이어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는데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보류하라고 해 상정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내려졌었다. 기대가 크던 배 여사 등 민주 열사 어머니들의 낙담이 컸다. 배 여사도 지난달 농성장에서 낙담한 채 광주로 내려와 쓰러지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한열기념사업회를 비롯한 장례위 입장에서는 이 법에 대해서 어떻게 하실지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듣지 않으면 조문이 어렵다"고 막았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조문에 앞서 장례위 측 관계자들이 "생전 고인이 바라던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힘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2022.01.10. photo@newsis.com

이에 윤 후보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 명복 빌기 위해 이 자리에 왔지 않느냐. 뜻을 기리기 위해 온 것이 아니냐"며 "그런데 제가 내용을 모르는 법안에 대해서 의원 신분도, 원내 지도부도 아닌데 약속을 하라고… 그것이 안 되면 문상을 거부하겠다는 거면 두 분도 오히려 모순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민주화운동의 뜻을 기리고자 하는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분의 뜻, 명복을, 안 그렇습니까? 제가 여기서 돌아가신 배 여사님 명복을 빌고, 서울 올라가서 도대체 어떤 법인데 우리 당에서 이렇게 반대를 하느냐, 다른 법과 달리 왜 민주당은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통과 안 시켰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윤 후보가 "법안 내용과 경위를 잘 모르다보니 제가 (서울) 올라가서 그 부분은 원내지도부에게 검토를 요청하겠다"고 하자, 장례위 측도 "정말 부탁드리겠다. 어머님 마지막 소원이셨다"라고 당부하며 길을 열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2022.01.10. photo@newsis.com

10분 간의 설전 끝에 빈소에 다다른 윤 후보는 조문했다.

헌화·분향을 마친 뒤 2차례 제단을 향해 큰 절을 했다.

이어 배 여사의 하나 남은 아들 이훈열씨의 손을 붙잡고 "아이고 수십 년 이렇게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사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했다.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오늘 처음 말씀을 들어서 내용을 정확히 몰라서 당 지도부와 이 문제 상의하겠다"고만 답한 뒤 발걸음을 뗐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뒤 배 여사의 유족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2022.01.10. photo@newsis.com


거듭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외치는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윤 후보는 오후 5시 41분께 타고 온 차량에 올랐다.

윤 후보의 조문 일정 내내 장례식장 주변에는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 회원들이 조문 반대 손팻말 등을 들고 거세게 항의했다.

손팻말에는 '민주화운동을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여기지 말라', '당신에게 필요한 건 멸콩 아닌 열공' 등이 적혀 있었다.

이들은 "전두환이 5·18빼고 정치를 잘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추모를 하냐, 어떻게 열사를 기억하냐", "무슨 낯짝으로 여기 오냐", "이한열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고(故)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의 빈소를 조문한 뒤 대학생들의 항의 손팻말 시위 속에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2.01.10. wisdom21@newsis.com

한편 배 여사는 지난 3일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8일 퇴원했다. 이후 다시 쓰러져 전날 오전 5시 28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숨졌다.

배 여사는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아들인 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지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여해 대학생·노동자·농민 등의 민주화 시위·집회 현장에 앞장섰다.

평생을 민주화에 헌신한 배 여사의 장례식은 시민사회단체 주관으로 '민주의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오는 11일 오전 9시 발인해 망월동 8묘역에 안장된다.

발인에 앞서 이날 밤 장례식장에서는 고인의 삶과 민주화 투쟁 과정을 조명하는 '추도의 밤'이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leeyj2578@newsis.com, hyein0342@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