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K] 조급한 ESG..허술한 제도 위 '모래성'

오정현 2022. 1. 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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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기자]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화두입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영문 앞글자를 딴 말인데, '지속가능 발전'의 관점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철학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최근 재활용 처리되지 않은 반도체 폐기물을, 사료 원료로 납품받은 국내 식품 기업도,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ESG 경영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도한 것처럼, 반도체 폐기물을 재활용한다면서 안전성 검증은 누구도 하지 않았고, 절차 역시 감시받지 않았습니다.

그사이 '친환경'을 지향하는 ESG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불법이 파고든 겁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우리 제도가 문제였습니다.

[리포트]

환경과 안전을 주제로 한 '기업책임경영 연례 보고서'를 1994년부터 발간해온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

그중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그들의 순환 경제 성과를 다룬 2019년 백서(white paper)입니다.

90년대 중반 25%에 그쳤던 반도체 폐기물 재활용률을 90%까지 높였고, 특히 폐수로 처리해오던 황산암모늄을 2013년부터는 엄격한 기준 아래 비료로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 시도한 이 재활용 프로그램을 통해 인텔이 자원으로 순환시킨 황산암모늄 폐기물은 무려 3만 5천 톤에 달합니다.

폐기물 대부분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던 세계 최대 규모 기업이 성공적으로 '지속가능 발전' 전환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

인텔은 서면 답변을 통해 세 가지를 동력으로 꼽았습니다.

고객과 지역사회 이해관계자의 요구, 임직원의 공감과 실천, 그리고 '국가가 정한 규정' 입니다.

자원보호와 재생에 관한 법(RCRA)을 중심으로 각종 제도에 세부 내용을 명문화해 폐기물을 관리하는 미국.

합법적 기준을 세워 국가가 직접 폐기물 재활용을 심사하고, 새로운 재활용 기술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사전 유해성 조사와 사후 모니터링 의무화로 폐기물 재활용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입니다.

전문성이 부족한 지자체에 폐기물 재활용 허가와 심사를 맡기고, 환경부 장관이 재활용 유해성을 검증하도록 정해두고도 기준이 모호해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우리의 제도와 비교됩니다.

[문성후/한국ESG학회 부회장 : "ESG라는 화두가 들어왔는데, 다들 조급한 거죠. 이걸 어떡하든지 해야겠고. 조급증에서 오는 부작용에 대해서 아직 제재나 감시 장치가 부족하죠. ESG를 악용하고 남용하는 사례들이 점점 더 나올 거예요."]

제도의 부재 속, 조급하게 달려든 ESG는 '친환경'이라는 취지를 오히려 해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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