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 '우려반 기대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에 비해 전염성은 2~3배 강해도 위중증률이 3분의 1로 낮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우려하면서도 바이러스가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독성이 줄어든다는 전례를 감안하면 코로나19가 끝나가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아직은 독감만큼 치명률이 낮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방역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비교적 덜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화하는 것에 맞게 고위험군 중심으로만 방역과 치료 정책을 강화하도록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 등 이전 코로나19에 비해 증상이 덜 심각하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에 비해 폐까지 침투하지 못해 폐조직에서 증식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밝혔다. 홍콩대 연구팀은 사람의 폐조직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시키는 실험결과 다른 변이보다 느리게 증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이를 돕는 인체 효소(TMPRSS2)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효능이 떨어져 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일부 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고 아직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기 위해 오미크론 변이가 계속 확산하도록 두는 것은 오히려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코로나19보다 증상이 가벼운 것은 사실이지만 치명률이 여전히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0.01~0.1%)보다 높다.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염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신규 확진 규모가 폭증하면 치명률이 낮아도 중환자와 사망자가 많아진다는 우려도 있다. 또 오미크론 변이가 발열과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해 중환자실까지는 아니더라도 병원에 입원 치료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에 비해 증상이 경미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풍토화하는 초기 단계가 아니겠냐고 조심스레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에 맞게 방역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전염성이 2.5배 크므로 감염 자체를 막겠다면 거리두기 또한 2.5배 강화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무증상이 훨씬 많기 때문에 거리두기 수준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완화하고, 고위험군 중심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자는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사망 위험이 확연하게 줄지 않는다. 또 코로나19뿐 아니라 감기나 독감에도 폐렴처럼 위중한 상태에 놓일 위험이 크다. 최 교수는 "일반 사람들은 거리두기 등을 완화하는 한편, 코로나19에 취약한 위험군은 부스터샷 접종이나 물리적 전파 차단 지원, 요양시설 면회 제한 등 적극 보호하는 형태로 방역조치를 전면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주부터 국내 도입되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해답을 쥐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중증, 사망 위험을 89%까지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는 "먹는 치료제가 임상 데이터만큼 효과가 좋다면 중환자 800~900명 발생하던 상황이 80~90명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라며 "이렇게 관리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기저질환자 중심으로 방역 조치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교수는 "만약 약 공급이 어렵거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효과가 임상 데이터만 못하다면 중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의료체계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려면 경구용 치료제가 중증환자를 90% 가까이 줄일 정도로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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