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카자흐스탄 진정될까?..높아지는 '지정학적 불안'

서영민 2022. 1. 10.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대규모 유혈 시위로 혼란에 빠졌던 카자흐스탄.

지금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데, 국내 안정은 찾더라도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커진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정리해 봅니다.

일단 최신 속보를 보면 진정 국면이에요?

[기자]

네, 며칠 전까지 무정부 상태에 가까웠는데 이렇게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거리는 조금씩 이전 모습을 되찾고, 주유소엔 LPG를 넣으려는 차들이 기다리고 있고, 음식 사러 나온 사람들도 보입니다.

물론 여전히 장갑차가 곳곳에 배치돼 있고, 검문도 해서 긴장감은 여전합니다.

[박태상/카자흐스탄 한인회 부회장 : "(카자흐 정부는) 주변에서 대테러 작전이 발생하게 되면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말고, 창가에 붙지 마라..."]

[앵커]

잘 몰랐지만 이번 사태 나고 나서 보니 카자흐스탄이 꽤 잘사는 나라고, 특히 자원 부국이더라고요?

[기자]

땅 넓이가 전 세계 9등, 우리나라 27배이고요.

서유럽 전체와 비슷합니다.

우라늄 수출은 세계 1위.

카스피해에는 대규모 유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1인당 국민소득도 만 달러를 오갑니다.

주변 이웃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자 나라입니다.

문제는 자원 부국 상당수가 그렇듯 소수가 부를 독점한단 점입니다.

소련에서 독립한 뒤 30년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통치하다가 3년 전부터 후계자 토카예프가 이어받았는데, 전체 국부의 절반 이상을 전 대통령이나 정부와 가까운 기업인, 권력자들 단 162명이 독점하고 있단 보도가 있고요.

동시에 빈곤율은 5%에 이른다, 빈부격차가 심각하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로 월 최저임금은 100달러, 우리 돈 12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앵커]

결국 오래된 불평등과 부패가 이번 사태 밑에 깔려 있단 거군요?

[기자]

네, 거기에 LPG 가격 인상이 촉매가 됐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에너지 가격 상한제로 가격을 통제했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워낙에 급등했단 거죠.

그걸 올해부터는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새해 첫날부터 LPG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이 LPG가 카자흐에선 자동차 연료거든요?

안 그래도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9%에 달했는데 자동차 연료값까지 하루아침에 폭등하니 시민들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겁니다.

[시위 참가자 : "카자흐스탄에서 유일하게 번영한 게 '부패'입니다. 국가가 나자르바예프(전 대통령) 일족의 사기업으로 전락했습니다."]

[앵커]

기름도 나고, 가스도 나고, 우라늄까지 나는데 우린 이렇게 힘드냐,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지정학과는 무슨 관계가 있나요?

[기자]

두 가지 사실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어떻게 안정을 되찾아가는가?

또, 누구에게 책임을 지우는가?

우선, 카림 막시모프라는 정보기관 수장이 체포됐습니다.

이번 시위의 배후로 책임을 물은 건데,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최측근입니다.

나자르바예프의 조카도 체포했습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이미 해외로 도피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옵니다.

대통령 퇴임 뒤에도 국가 지도자로 남아 실권을 행사해 왔는데, 축출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권력 다툼이냐, 시위 계기로 전 대통령 밀어낸 거냐는 추측이 쏟아집니다.

더 눈여겨볼 건 실탄 발포 등으로 강경 진압하는 와중에 토카예프 대통령이 신속하게 러시아 군대를 불러들였단 겁니다.

[앵커]

아니, 내정 혼란에 러시아가 군대를 파견했다고요?

[기자]

러시아가 공수부대를 주축으로 2천5백여 명을 파견했습니다.

토카예프 현 대통령이 요청했단 명분인데, 실은 서유럽 나토처럼 러시아도 옛 소련권 안보동맹 CSTO를 운영합니다.

이 CSTO 평화 유지군 명분을 활용해서 요청이 오자마자 시위 시작 48시간 만에 러시아 군대가 카자흐스탄에 도착해 전격 주둔하게 됐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표면적으로는 경제 협력 관계 때문일 수 있지만 사실은 국경 맞댄 나라에서 색깔 혁명 때처럼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는 사태는 막겠다는 푸틴의 의지가 작용했을 가능성 큽니다.

[앵커]

미국의 심경이 복잡할 것 같아요?

[기자]

네, 카자흐스탄엔 미국의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십조 원 투자해서 유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소련에서 독립한 뒤 카자흐스탄은 이렇게 미국-러시아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해 왔습니다.

중국도 있습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교류가 활발합니다.

즉 미·러·중의 세력이 균형을 이루던 곳인데, 갑자기 러시아 군대가 들어갔다, 그걸 현 대통령이 요청했다, 이 맥락이 지정학적 우려를 낳는 겁니다.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지난 7일 : "최근 역사의 교훈은 러시아가 일단 당신의 집에 들어오면 내보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앵커]

아, 정말 복잡한 맥락이 얽혀 있네요.

잘 들었습니다.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