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마다 늘어선 줄에 고성.."수기 썼다" 막무가내 진입도

백주원·김태영 기자 2022. 1. 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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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 의무' 첫날, 곳곳서 혼선
전담직원 배치, 일일이 패스 확인
입구부터 늘어선 긴 줄에 어수선
미접종 직원은 통과 손님은 제한
일부선 패스 없어 발길 돌리기도
17일까지 계도..이후부턴 과태료
"기본권 침해 과도" 시위도 이어져
[서울경제]

“선생님, 코로나19 백신 맞으셨어요? 맞으셨으면 접종 완료 확인서를 보여주셔야 들어가실 수 있어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의 방역패스 의무화가 처음으로 시행된 10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직원이 한 고객에게 수차례 방역패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으로 보였다. 출입구 근처에 놓인 수기 작성 출입 관리 명단만 작성했다는 듯 손가락 표시를 하며 막무가내로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그 고객을 담당 직원은 어쩔 수 없다며 들여보냈다. 그 직원은 “이런 경우가 방역패스의 대표적인 사각지대 아니겠냐”며 “아직 계도 기간이라 그냥 들여보내 주기는 했지만 계도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백화점·쇼핑몰 등 대형 상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시행된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 단체인 '백신인권행동'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이날 전국의 쇼핑몰·대형마트·백화점 등에서는 방역패스 확인을 위해 줄 선 시민들과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직원들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부터 방역패스 의무화 대상에 백화점·대형마트 등 면적 3,000㎡ 이상의 대규모 점포를 추가했다. 대규모 점포를 이용하려면 시민들은 QR코드 등으로 백신 접종을 인증하거나 미접종자의 경우 유전자증폭(PCR) 음성 확인서(발급일로부터 48시간 유효)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현장의 혼란을 우려해 중대본은 오는 17일까지를 계도 기간으로 정했고 이후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행정처분하기로 했다.

가장 혼선이 많이 발생한 곳은 노년층의 이용률이 높은 대형마트였다. 지점을 막론하고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노년층을 중심으로 QR코드에 이용의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종종 발생했다. 스마트폰에서 QR코드를 찾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인증이 만료돼 다시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는 안내가 나오면 당황하기 일쑤였다. 직원들이 일일이 도와줘야 하는 탓에 대형마트에 입장하려는 고객들의 줄은 길어지고 매장은 혼잡함만 더했다. 서울 용산구의 대형마트를 찾은 최 모(45) 씨는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것은 생활에 필수적인 일인데 미접종자들은 상당히 불편할 것 같고 결국은 정부가 아직 안정성이 완전히 증명된 것도 아닌 백신 접종률을 늘리기 위해 이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부 노인들의 경우 주민등록증 뒷면에 별도로 발급받은 백신 접종 완료 스티커를 보여주고 ‘안심콜’을 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이날 대형마트를 찾은 신 모(80) 씨는 “휴대폰이 아들 이름으로 돼 있는 걸 사용하고 있어서 QR코드를 이용하지 못한다”며 “주민센터에 가서 이렇게 스티커를 받아와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패스 때문인지 이날 대형마트 이용률이 조금 줄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 김 모 씨는 “전날(9일) 의무 휴업을 했었기 때문에 손님이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는 적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도 이 같은 혼란은 계속됐다. 이용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인력이나 안내판 등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국내 한 대형 복합 쇼핑몰 관계자는 “평소보다 이날 출입구마다 인원을 더 배치했고 QR코드 인증을 위한 태블릿PC도 더 많이 갖다놓았다”며 “방역패스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이나 여의도 IFC몰 같은 곳에도 방역패스로 곤란한 상황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날 아이파크몰을 찾은 한 외국인이 휴대폰의 QR코드 대신 자국에서 발급받은 접종 확인서를 내밀자 출입구 담당 직원이 2차 접종 여부를 꼼꼼히 확인한 후에야 입장을 허가했다. 또 적지 않은 노인들이 2차 접종 이력을 휴대폰에 업데이트해두지 않아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날 아이파크몰은 당초 20여 개 있는 출입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0개만 운영하기로 했지만 계속되는 혼선에 결국 1층 출입구에 직원 한 명을 더 배치했다.

IFC몰에서는 방역패스가 없어 매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날 오후 12시 10분께 IFC몰에 들어가려던 한 일행 중 1명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아 직원의 설명을 듣고 홀로 발걸음을 돌렸다. 매장 출입구를 관리하던 IFC몰의 한 관계자는 “오늘 점심 시간 동안 방역패스가 없어 돌아가신 손님들이 세 분 정도 있었다”며 “방역패스가 확대 시행된다는 건 다들 아시지만 IFC몰 같은 복합 쇼핑몰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은 모르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방역패스가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만 적용된다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점포에 근무하는 판매 사원 등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아도 출입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한편 이날 전국 각 지역에서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전면 반대하며 대형마트에 강제로 진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충북 이마트 청주점에서 손현준(58) 충북대 의대 교수와 백신패스반대충북연대 회원들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도를 넘었다. 우리는 숙주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찾겠다”며 직원들의 백신 접종 인증 요청에도 불구하고 매장에 진입했다.

백주원·김태영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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