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책사 '재정 격론'.."더 풀어도 문제없다" "官주도 부양 한계"

김성훈,신혜림 2022. 1. 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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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KAEA 정책포럼서 설전
李의 경제 브레인 주병기 교수
"근거없는 재정준칙주의 판쳐"
증세·국채발행 적극검토 제언
尹의 과외선생님 김소영 교수
"재정으로 만든 고용은 미봉책
민간주도 혁신성장 힘실어야"

◆ 2022 전미경제학회 ◆

여야 대선후보들의 경제 분야 대표 책사들이 새 정부의 재정운용을 놓고 적극론과 신중론으로 맞섰다.

이들은 매일경제와 한미경제학회(KAEA)가 9일(현지시간) 공동 주최한 '한국경제 정책포럼'에서 정부 재정의 역할에 대한 선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기조발표를 맡은 국책연구기관 수장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미·중 전략 경쟁으로 올해 한국과 세계 경제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이 세계 정치·경제의 대전환 시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선 주병기 서울대 교수는 일자리와 양극화·불평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재정운용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싱크탱크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2022)'에서 '공정' 이슈를 다루는 경제2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재정준칙주의가 관료사회는 물론 지식인들에게까지 판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반대했던 경제 관료들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정 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증세를 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손실에 따른 민간채무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역할 확대를 주문하면서 국채 발행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26년까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66.7%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선진국 대부분이 훨씬 높은 채무비율을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보수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필요는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제 선생님'인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과도한 재정 확대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쳐 주 교수와 대조를 이뤘다. 김 교수는 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부터 운영했던 '국민캠프'에서 경제분과 간사를 맡았다.

김 교수는 토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지원에 대해 선별적 기조로 접근하면서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전에도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했다"면서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폈음에도 성장률이 일정 기간 이후 하향세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국면이 끝나면 아무리 경기 부양을 하더라도 1%대 성장률이 나올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 재정 투입으로 만든 일자리 역시 단기적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재정이 아닌 '민간 혁신'을 통한 경제 성장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경제 성장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가 지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 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면 민간 주도로 혁신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에서 기조발표를 맡은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과 주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가 '경제 안보'와 '공급망' 문제일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경제를 위한 안보'보다는 '경제를 통한 안보' 개념으로 전환하면서 전 세계 공급망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원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중국에 가한 수출입과 투자 관련 제재 등을 살펴보면 명확한 '선'과 목적을 가지고 선별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최첨단 기술 관련 분야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중국의 부상을 늦추는 시간 벌기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희토류와 요소수 등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공급망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원장에 이어 발표를 진행한 주 원장도 "국제적 마찰 때문에 공급망을 전략자산으로 활용하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다"면서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주문했다. 주 원장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출 경기 둔화와 정책 지원 축소,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겠지만 코로나19 여건 개선과 소비 중심의 내수 회복세로 3%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국 주력 수출산업 가운데 △자동차 △정보기술(IT) 기기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헬스 등은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조선 △철강 △가전 등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토론에 참여한 서양원 매일경제신문 대표는 "최근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은 정말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며 여당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등을 예로 제시했다. 서 대표는 "문재인정부는 (정작 긴요한) 국민연금 개혁을 안 했다"면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모두 표가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김형우 미국 오번대 교수는 "(올해)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 상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시장의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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