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MUG) 대선'의 공습, 대한민국 미래를 빼앗는다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치열하게 맞붙는 대표 정책도 비전도 없다. 온갖 네거티브와 의혹, 집안싸움은 가득했다. 비로소 공약 대결이 시작되나 했지만 연일 논란과 냉소에 휩싸인다. 온라인으로 메시지는 빠르게 뿌리지만 포퓰리즘 혹은 갈라치기 그 이상의 방향성을 읽기 어렵다.
소위 '밈'(meme), '짤' 등으로 짧고 빠르게 전파되고 소비되면서 정치가 희화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로 특정 분야를 파고든다. 여야 후보의 유튜브 채널 출연에 대선 판도가 영향받을 정도다. 기존 미디어의 문법을 뒤흔든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신문,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힘을 잃고 온라인 위주로 정치적 의제 설정이 연성화되면서 의사결정 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대선후보 토론을 앞둔 지상파 방송국 내부에서 유튜브 삼프로tv의 형식을 따라가야 하나 고민할 정도"라고 밝혔다.
전례가 없는(Unprecedented) 후보들도 특징이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후보들 모두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0선'이다. 후보 선출 직전까지 이 후보는 비주류였고 윤 후보는 검찰총장이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꺼진 불이었다. 누구도 예상 못한(Unexpected) 대결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기대됐던 신선함과 새 정치는 역대급 비호감(Unlikeable) 대선으로 돌아왔다. 자고 나면 쏟아지는 각종 의혹 등으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들의 비호감도는 60~70%대까지 치솟았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후보들이 전례 없는 세대(Generation) 쟁탈전에 나섰다. 고지는 2030이다. 그중 가장 첨예한 젠더(Gender) 갈등이 최전방이다.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깃발을 들고 돌격하자 이 후보는 번복 논란 끝에 페미니즘을 다루는 미디어 닷페이스 녹화를 마치는 등 대응을 준비 중이다.
과거 대선에서는 비판을 받고 종종 실패로 끝났을지언정 경제민주화, 4대강 사업, 7·4·7 공약, 행정수도 이전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원재 교수는 "후보들이 준비가 안 돼 있는 데다 기존 자기 진영의 정책을 부정해야 하기 때문에 비전의 진공상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장덕진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실패,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참사 등으로 보수와 진보 후보 모두 자기 정체를 드러내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국가적 아젠다 설정과 비전 제시 없이는 2030 세대 정책 또한 단선적일 수밖에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년층이 원하는 것이 결국 경제성장과 부동산 문제 해결, 일자리 등이다. 2030 세대만 따로 떼어놓듯이 접근하는 건 허구"라고 밝혔다.
아직 50여일이 남았다. 윤 후보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전과 구상을 밝힌다. 이 후보와 안 후보 등도 본격적인 맞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결국 유권자에게 달렸다.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며 공약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과거에는 어차피 지키지 않을 약속으로 생각했다면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국가 정책이 내 삶에 바로 적용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공약에 반응도가 예민해졌다"며 "50여일 남은 기간 동안 충분히 정책과 비전 대결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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