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따라잡겠다더니.. 中, 실탄 쏟고도 반도체 굴기 참패

정지우 2022. 1. 10.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나노 초미세 공정 청사진 제시한
HSMC·QXIC 폐업 또는 영업중단
3조 들인 6개 프로젝트 모두 실패
2014년부터 62조원 투입했지만
기술 부족·투자금 노린 사기에 발목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를 따라잡을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를 만들기 위해 거액을 쏟아 부었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밝혔다.

최첨단 반도체는 단기간 투자로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정부 지원마저도 '한 탕'을 노린 업체들 때문에 투자금 공중 증발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업 발표와 중국 관영매체 보도, 지방정부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추진된 최소 6개의 새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은 최소 23억 달러(약 2조7692억원)로 이 중 대부분은 정부에서 지원한 금액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단 한 개의 반도체조차 만들지 못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6개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사례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다.

삼성전자와 TSMC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설립된 두 회사는 몇 년 내로 7㎚ 초미세 공정 제품까지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들 회사는 전직 TSMC 고위 임원을 포함한 대만의 엔지니어 다수를 막대한 연봉 등을 미끼로 스카우트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하지만 각 지방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출발한 두 회사는 막대한 투자금을 날리고 지금까지 단 하나의 칩도 상업용으로 생산하지 못했다. 최첨단 반도체의 양산까지 적어도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선 이들 업체가 '7㎚ 반도체'라는 처음부터 실현 희박한 목표를 내세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런데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 열기가 이러한 허점을 가렸다고 평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분석했다. HSMC가 한 때 이미 갖췄다고 주장한 14㎚급 양산 기술도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HSMC는 지난해 6월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고, QXIC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QXIC는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들을 영입했으나, 이들의 기술을 한 데 통합할 역량이 부족했다고 한 전직 직원이 밝혔다.

또 '반도체 굴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칭화유니그룹은 2020년 말에 만기 채권 13억위안(약 2196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칭화유니는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자, 시진핑 국가주석 출신의 칭화대학이 설립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 설계·제조 국유기업이다. 결국 작년 연말 중국 정부가 지배하는 사모펀드에 인수되는 방향으로 생존의 길을 겨우 찾았다. 이외에도 화이안더화이, 난징더커마, 청두거신 등 반도체 업체도 파산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립에 집중하는 것은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자국 내 수요의 17% 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이마저도 고부가가치 제품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도 배경이 됐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른바 '빅 펀드'로 불리는 총 520억 달러(약 62조6000억원)의 반도체 산업 지원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이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요식업, 시멘트 제조사를 포함한 수만 개 기업이 반도체 관련 회사인 것처럼 등록했다고 WSJ은 전했다.

SCMP도 "중국은 반도체 산업 내에서 자급자족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계획이 부실한 반도체 공장은 급증했으며 그중 상당수가 이미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런 결과에도 반도체를 향한 중국의 지원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반도체연합이 공개한 2021년 중국 상위 500대 상장 회사 명단에는 반도체 기업도 34곳이 포함됐다. SMIC, ZTE(중싱통신), 칭화유니 등 미 제재 대상 기업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