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심습니다', '폰석열'.. 밈으로 공감하는 MZ세대

임재섭 2022. 1. 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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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행동·발언에 따라 별명
이재명은 탈모 관련 밈 형성
기존세대와 달리 정치도 놀이
캠프, 트렌드 맞춰 대응 고심
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청년보좌역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 카페에서 배달 알바 노동자, 취준생, 대학생들과 만나는 '국민반상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그동안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해온 2030세대가 차기 대선의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 정치권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의 2030 MZ세대의 경우, 정치에 관심이 적어 기존 정치권의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말)을 통한 비유로 정치인의 이미지를 학습하는 등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매커니즘이 완전히 다르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이들과 교감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대선의 성패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층만 아는 윤석열 호칭 '루석열', '폰석열'= 최근 '펨코' 등의 유명 커뮤니티와 2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로멜로 루카쿠'라는 벨기에 출신 축구선수가 '루석열'로 불린다. 전도유망한 스트라이커였던 루카쿠는 자신의 소속팀인 첼시는 낮게 평가하는 동시에 스페인의 유명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 등 타 구단을 높게 평가했다가, 비판이 일자 사과했다. 이를 두고 앞서 윤 후보가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전북 일정 중 '부득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국민의힘 지지층에 사과한 것에 빗대 '루석열'로 풀어낸 것이다. 대선 시즌인만큼 '루석열' 밈은 빠르게 확산돼, 윤 후보를 '루석열'로 부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20대 남성들 사이에서는 윤 후보가 '폰석열'로 불리기도 한다. 윤 후보가 최근 당 청년 선대위에서 주최한 비대면 청년 간담회에서 전화통화로 참석한 것을 빗대 '폰석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해당 행사가 당초 윤 후보가 오기로 공지된 행사여서, '윤 후보 없는 윤 후보 행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목이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등에서 자기가 완전히 지어낸 거짓말을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 '폰은정' 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생기면서 '폰석열 행사'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탈모 약을 건강보험에 편입할 수 있다는 공약이 젊은 층을 강타해, 기존 탈모 광고나 탈모 관련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던 각종 '밈'이 결합된 자료들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이 후보 측은 이중 "이재명은 뽑는게 아니라 심겠다"는 문장으로 직접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DJP연합 때와 달라…정치 익히는 순서 정반대= 핵심은 MZ세대가 기성세대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정치를 익히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펴는 등 정치 활동을 해온 이들이 젊어서부터 유명세를 탔고, 이들에 대한 높은 관심이 다른 분야로 옮겨갔다.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적은 최근 2030 세대는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익숙한 사람을 통해 정치인을 이미지화하며 배우고 있다.

일부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나 캠프도 이런 트랜드에 맞춘 접근을 시도는 하고 있다. 최근 윤 후보 측이 만들어 MZ 세대에 반향을 일으킨 'AI 윤석열'의 경우 자신들이 평소 알고 익숙한 '밈'을 후보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석준(28, 대학원생) 군은 "공교육이나 부모님의 영향을 통해 정치를 이해하고 정치인을 알아가는 식의 과정은 이제 옛말이 됐다"며 "20대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본인들이 직접 처해있는 상황, 활용 중인 SNS를 통한 접근, 주위 가까운 지인 등을 통해 정치를 알아가려 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이해하고 후보들이 접근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이해는 하지만…깊이 있는 담론 꼭 필요"= 이와 관련해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외부의 그런 기성 정치인 영향보다는 자신들만의 문법이나 판단으로 같은 세대의 생각을 공유하는 특성이 훨씬 강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아직 2030 세대는 전문성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약해서, 휩쓸리는 성격도 강하기 때문에 본질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국가 채무의 경우 모두 2030 세대가 갚아야 할 수밖에 없는 돈인데, 다른 나라에 비해 4~5배 이상 빨리 증가하는 것에 반해 2030 세대의 숫자는 60대 이상 숫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당장 어떤 것을 주겠다는 사탕발림만 생각할 게 아니라, 어떻게 부담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갈것인가. 자유냐, 독재냐,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계획경제냐, 공산주의냐 등의 본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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