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기기에서 '개성의 아이콘' 될까? 무선 이어폰은 변신 중

남시현 입력 2022. 1. 10. 17:39 수정 2022. 1. 1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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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남시현 기자] 2016년 12월 13일, 애플의 첫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공개됐다. 애플 에어팟은 기존의 블루투스 이어폰들과 달리 배터리 모듈이나 선이 없는 단순한 형태여서 ‘완전 무선’ 이어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초기에는 유선 이어폰에서 선만 끊어놓은 디자인으로 우스꽝스럽다는 얘기가 끊이지 알았지만, 기존 블루투스 이어폰보다 훨씬 가벼운 무게에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지금은 완전 무선 이어폰의 시대를 연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고부터 5년이 지났다. 애플의 예상대로 이제 모든 사람들이 무선 이어폰을 기본으로 쓰고 있고, 스마트폰 역시 더 이상 유선 이어폰을 위한 3.5mm AUX 단자를 달지 않고 출시된다. 이렇게 무선 이어폰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선 이어폰 가격이 빠르게 안정된 몫이 크다. 에어팟이 출시될 당시만 하더라도 10만 원 이상을 호가했던 무선 이어폰 가격은 3년도 지나지 않아 1만 원대 중반으로 저렴한 이어폰을 구할 수 있게 됐고, 보스(Bose)나 젠하이저(Sennheiser), 슈어(Shure) 등 전통적인 음향 기기 브랜드도 모두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커졌다. 완전 무선 이어폰이 대중화에 성공한 것이다.

완전 무선 이어폰, 대중화의 문턱을 넘어서다

2020년 12월 공개된 루이비통의 ‘호라이즌 와이어리스’. 출처=LVMH

완전 무선 이어폰이 대중화되자, 이어폰을 전자 기기가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보는 시각도 생겨났다. 음향 기기 역시 귀걸이처럼 귀에 꽂고 다니는 만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써 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0년 공개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호라이즌 와이어리스’다. 이 제품은 모노그램 패턴과 모노그램 플라워가 장식된 유광 아세테이트 바디로 된 본체와 사파이어 글라스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구성돼 있으며 약 149만 원대에 출시됐다. 호라이즌 와이어리스는 완전 무선 이어폰이 가격대 성능비나 음향 품질로 평가받기 보다는, 액세서리나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극적인 사례가 됐다.

시장에서도 무선 이어폰을 다양하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낫씽 이어원(Nothing ear (1))이다. 낫싱은 영국에 기반을 둔 기술 기업으로, 중국 원플러스(Oneplus)의 공동 창업자인 칼 페이(Carl Pei)가 창업했다. 작년 2월에는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만든 앤디 루빈(Andy Rubin)이 설립한 에센셜(Essential)을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원은 기술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재의 전자기기 시장에서 차별화된 방향성을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출시된 이어폰이며, 11만 원의 무난한 가격대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독창적인 디자인에 탄소 중립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음향 기기에서 패션 아이템 추구하는 ‘ear (1)’

낫싱 이어원 본체 및 케이스, 국내에서는 패션 브랜드 셀렉트 숍 ‘무신사(MUSINSA)’에서 판매된 적 있다. 출처=Nothing

이어원을 성능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조절 가능한 이어팁이 탑재된 커널형 이어폰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ctive Noise Cancellation, ANC)이 핵심이다. 커널형 이어폰은 귓구멍에 완전히 밀착되는 방식의 이어폰으로, 주변의 소음을 차단해 음원에 대한 집중력을 더욱 높여준다. 대신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환경을 인지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때는 커널형이 아닌 오픈형 이어폰을 선택해야 한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에서 발생하는 반복적인 기계적인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로, 소음이 줄어들어 원음을 더욱 명료하게 감상할 수 있다. 최근 고성능 이어폰은 ANC가 있으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낫싱 이어원 패키지에 적혀있는 탄소중립 인증. 출처=Nothing

하지만 낫씽 이어원은 제품의 기계적 성능보다도 패션 아이템으로의 가치가 더 높은 제품이다. 이어원은 충전 케이스와 이어버드가 모두 투명하게 디자인돼 마이크와 드라이버 등의 부품이 모두 드러난다. 색상이 개성을 드러내는 요소의 전부인 일반 제품들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외형이다. 그러면서도 1.78kg의 탄소 발자국 중립성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권 인증 및 발행 기관인 베라(Verra)를 통해 탄소 배출권을 구입해 적용했다. 기계적인 특성을 넘어서 패션 아이콘으로써 활용하고, 더 나아가 사회 문제까지 짚어볼 수 있기를 제안하는 제품인 셈이다.

10만 원대로 비교하는 낫싱 이어원

한편, 낫싱 이어원이 무선 이어폰의 주류를 바꿔놓을 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제품이 될 수 있을까. 감성적 측면에서는 높게 평가할 수 있겠으나, 기계적인 측면에서는 증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 낫싱 이어원의 가격은 11만 원대 초반으로, 무선 이어폰을 구매한다면 쓸만한 제품들이 많은 가격대다. 경쟁할만한 제품으로는 삼성 갤럭시 버즈2와 JBL 클럽 프로+, 젠하이저 CX 트루 와이어리스, 소니 WF-C500 정도가 있다. 2~3만 원 정도 더 투자한다면 에어팟 2세대를 노려볼 수도 있다.

삼성 갤럭시 버즈 2, 다양한 색상 조합을 제공한다. 출처=삼성전자

이중 삼성 갤럭시 버즈 2와 JBL 클럽 프로+는 낫싱 이어원과 마찬가지로 ANC를 지원해 주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대신에 두 제품 모두 마이크 모듈이 입을 향하지 않는 형태라서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낫싱 자체의 기술력이 아직은 부족할 터라 기술력이 집약된 삼성전자의 제품이 호환성, 확장성, 품질 측면에서는 우위일 수밖에 없다. 대형 제조사 특유의 완성도와 품질, A/S를 바란다면 삼성 갤럭시 버즈와 JBL 클럽 프로+가 낫고, ANC가 빠지더라도 애플 아이폰과의 조합과 음성 품질을 중시한다면 에어팟 2세대가 낫다.

ANC는 빠졌지만 젠하이저 특유의 완성도를 갖춘 젠하이저 CX 트루 와이어리스. 출처=IT동아

음향의 완성도를 중시한다면 젠하이저 CX 트루 와이어리스, 소니 WF-C500을 선택하는 게 맞다. 두 제품 모두 ANC가 제외된 사양이지만, 수십 년 간 음향 기기를 만들어온 경험이 있는 제조사다. 음향을 재현하는 품질과 튜닝 능력 만큼은 신생 기업인 낫싱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결과적으로 낫싱 이어원은 동급 가격대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음향 기기를 선택하려는 사용자보다는, 낫싱 이어원만의 개성과 디자인을 찾는 이들에게 좋은 제품이다.

이어폰 선택의 기준, ‘기능’보다 ‘개성’ 될까?

낫싱 이어원 화이트. 출처=Nothing

결과적으로 낫싱 이어원은 시장이 진화하면서 등장한 하나의 도전이다. 성공한다면 이어폰을 평가하는 기준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 이어폰 중 개성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싶을 때 주어지는 제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낫싱 이어원의 입지는 완성도나 호환성 측면에서는 대기업 제품보다는 아쉬울 수밖에 없고, 음향 품질 측면에서도 음향 기업들과 비교해 부족한 입지다. 어디까지나 기계적으로 평가하면 그렇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언제나 대량 생산 된 제품보다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선호해왔다. 특히나 무선 이어폰이 액세서리화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변화하면서 낫싱 이어원 같은 제품이 주목받을 수 있는 입지가 조성됐다. 낫싱 이어원이 무선 이어폰의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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