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학자 설전.. 中 "통일한반도 중립화돼야" 韓 "스위스처럼 될 수 없어"

최혜승 기자 2022. 1.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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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룽판(姜龍範 스크린) 텐진외대 국가지역연구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에서 열린 '한반도 통일정책의 현실과 실천방안'국제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SAND연구소 제공

미중 전략경쟁이 강화되는 격변기에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한반도와 주변국의 역할을 논의하는 세미나에서 한반도 통일 이후 체제의 정체성을 두고 한중 학자들이 설전을 벌였다. “통일한반도는 중립국이 돼야 중국에 이익”이라는 중국 학자의 주장에 한국 학자들은 “통일한반도는 스위스처럼 영세중립국이 되긴 어렵다”며 반박했다.

장룽판(姜龍範) 텐진외대 국가지역연구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의실에서 통일과나눔재단이 후원하고 SAND연구소가 주최한 ‘한반도 통일정책의 현실과 실천방안’국제포럼에서 “중립화를 지향하는 한반도 통일이야말로 한민족의 이익뿐만 아니라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되며 동북아지역 평화를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중국 학계에 있다”고 밝혔다.

장 원장은 또 “중국은 미국의 대중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주도의 통일형태는 중국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익에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한민족의 통일염원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나 통일된 한반도는 동북아 정치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자주적이고 중립적인 통일형태야말로 중국이 바라는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간 소통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중 경제협력을 위한 로드맵을 구성해 나가는 것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중국은 친중성향의 통일국가 수립을 희망하지만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자주적이고 중립적인 통일국가’를 거론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할 때 유럽 스위스식의 영세중립국 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중국 학계에서 말하는 통일국가의 정체성은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의 대한민국 정체성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 핵문제에 있어 중국은 NPT 체제 핵심 당사국 위치에서 북한을 비핵화해야 되는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제재와 외교적 압박에서 북한 체제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상황관리라는 어정쩡한 태도에서 벗어나 NPT 체제 핵심국의 위치에서 한반도 정세 불안 요인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사용하는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이라는 표현 자체가 함정”이라며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싶은 한국과 사회주의체제로 통일하고 싶은 북한은 서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과 같다”고 지적했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이 통일 이후 한반도의 경제적 혼란이나 어려움이 중국 경제나 동북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점진적,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했다.

이승현 SAND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의 의식에서 한반도 상황 특히 북한 문제는 미중관계의 종속변수로 작용한다”면서 ‘한미 비대칭동맹을 축으로, 미국의 대중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주도의 통일형태는 중국의 동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익에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최경희 SAND연구소장은 축사에서 “분단의 생태계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공론의 장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평화는 더 없이 귀중하고 아름다운 가치이지만, 항시적으로 상존하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에서 통일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이 남북한 모두에게 더 이상 주요한 목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발제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대남전략과 통일전선전략 기조가 지속됐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준에 변화가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당 규약에서) 사문화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 노선을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즈미 하지메 도쿄국제대 교수는 “지난 제8차 당대회를 보면 통일에 대한 북한의 언급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며 “북한 뿐만 아니라 한국도 그다지 통일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당장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신년사와 국민들의 무관심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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