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하면 남성 수혜?..30조 성인지 예산 손 못대

이명철 2022. 1. 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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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발언을 계기로 여가부 존폐 문제가 또 다시 논쟁에 휩싸였다.

여성들을 위한 수 십조원대 예산을 줄여 다른 분야에 활용해야 한다는 게 여가부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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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여가부 폐지론'으로 이대남 표심 잡기 들어가
여가부 예산 1.5조 그쳐..기존 성인지 예산 조정 어려워
"양성 평등 위한 제도 개선 논의해야"..이달 중 발표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발언을 계기로 여가부 존폐 문제가 또 다시 논쟁에 휩싸였다. 여성들을 위한 수 십조원대 예산을 줄여 다른 분야에 활용해야 한다는 게 여가부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가부를 없앤다고 당장 수 십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모적 여가부 폐지를 따지기보다는 근본적인 양성 평등과 효율적인 예산 집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차량에 올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가 꺼내 든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을 일컫는 말)’으로 대표되는 젊은 남성층 표심을 얻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 역시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각 부처 출산 지원 예산과 성인지 예산만 아껴도 80조원 가량 돈을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 평등과 관련한 정책 중 여가부 예산과 성인지 예산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해 여가부 예산은 1조4650억원으로 607조원 가량인 전체 예산의 0.2% 수준에 불과하다. 이 예산이 오로지 여성만을 위해 편성된 것만도 아니다.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한부모가족 양육비 지원 등 가족정책(9063억원)으로 약 62%를 차지한다. 여성·성평등정책은 7.2% 수준인 1055억원에 그친다.

일부에서 문제 삼고 있는 성인지 예산은 정부가 편성·집행하는 전체 예산 중 성 평등과 관련한 사업을 따로 분류한 것이다. 올해 규모는 약 26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3.8%(8조4000억원) 감소했다. 이 중 여가부 담당은 1조원 안팎에 그친다. 고용노동부가 약 9조6644억원으로 가장 많고 중소벤처기업부가 9조3679억원으로 두 번째를 차지한다.

새로 꾸린 예산이 아니라 기존 사업들이 성 평등 관점에서 얼마나 배분됐는 지, 시행은 잘 이뤄지고 있는 지를 판단하는 제도여서 갑자기 이를 조정하기도 어렵다.

실제 내년 성인지 예산을 보면 국민취업지원제도 같은 고용 지원에 약 15조원이 편성되는 등 성 평등과는 거리가 있지만 예산 자체를 삭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후보 공약대로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남성들에게 수혜가 돌아가게끔 재원을 마련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여가부 폐지나 관련 예산 삭감 같은 주장보다는 양성 평등을 위한 예산 집행 효율성 제고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도 성인지 예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성인지 예산 제도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 분석을 통해 국가 재원이 성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상으로 적정한 사업을 선정·확충하고 성과를 지속 점검해 국가성평등지수,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등 제도와 실질 연계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정부도 성인지 예산의 전반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동 주관부서인 여가부와 기획재정부가 (성인지 예산 개편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달 중 성인지 예결산 회의를 거쳐 개선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택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본부장은 “성인지 예산이 여성을 위한 것이라는 게 세간의 오해인데 기존 예산을 성 평등 관점에서 들여다보자는 게 제도 취지”라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개별 사업 하나하나가 아닌 규모가 큰 정책 단위로 어젠다를 설정해 제도 개선이나 예산 비중 방향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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