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는 남성혐오부"..'이대남'에만 치우친 윤석열의 '청년'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뒤 줄곧 청년을 강조한 행보에 집중해왔다. 청년 공약이라고 주장하지만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보장 등 20·30세대 일부 남성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공약만 내놓고 있다. 당내에서도 이견이 나오지만 이준석 대표는 10일 “여론의 전장이 형성되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사퇴한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며 “청년세대와 공감하는 자세로 새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대위 해체 뒤 열린 첫 회의에서는 청년보좌역인 박물관 큐레이터 박수현씨, 현역 프로 복서 김성헌씨, 장예찬 선대본부 청년본부장 등이 참석해 발언하는 등 청년들이 전면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최근 보여준 청년 행보는 20·30세대 일부 남성에만 치우쳐 있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SNS에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윤 후보는 이날 SNS에서 “병사 봉급 최저임금 보장으로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열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6일에는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을, 지난 7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냈다. 여가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은 여성에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해온 20·30세대 일부 남성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거론해온 내용이다.
장예찬 청년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여가부는 사실상 ‘남성혐오부’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가부가 성인지 교육 자료 등에서 남성을 차별한 사례를 열거했다. 그는 여성이 여전히 불평등한 현실에 놓여 있으므로 여가부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반박에 대해 “우리나라 여성이 세계적으로 대단히 불평등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말하며 “(여가부를)한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 갈등에 편승한 윤 후보의 메세지를 두고 당내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발표하는 당시에는 (저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그 공약은 우리 정책본부에서 한 건 아니다”라며 “내부에서 논란이 많이 있었는데 후보가 최종결정을 한 것이다.양론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그가 만든 청년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에 대한 질문에 “헛소리”라고 답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여가부가 아직도 존재할 이유가 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인천 선대위 출범식이 끝난 뒤 ‘최근 발표된 공약들이 2030 남성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남성, 여성을 분류하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병사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해준다는 공약도 그들 부모가 자녀를 도와줘야 하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으므로 꼭 20대 남성만을 위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SNS에 “결국 선거에서는 전장이 어디로 잡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지난 며칠 사이 우리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을 바탕으로 여론의 전장이 형성되는 것은 좋은 변화”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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