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에 "재학증명서 내놔라".. 방역패스 첫날 백화점·마트 혼란

박지민 기자 2022. 1. 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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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 시행 첫날 현장
1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 방역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10일 낮 12시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쇼핑몰 출입구. 중학생 아들과 쇼핑몰을 들른 한모(47·여)씨는 이날 방역패스(접종 증명 및 음성 확인서)를 확인하려는 직원과 1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아들이 방역 패스 면제 대상인 ‘18세 미만’인지를 증명해야 해서다. 별다른 증명서를 가져오지 않은 한씨에게 직원은 “학생증이나 재학증명서를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결국 한씨가 아들이 학교에서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자 직원도 못이긴 듯 들여보내 줬다. 한씨는 “누가 봐도 학생인데, 불필요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된 첫날인 10일 전국 곳곳 매장에서 시민들 불편 호소와 항의가 이어졌다. 방역 패스 절차를 따르려는 매장 측의 조치로 가게에 들어가지 못하는 고객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지병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스마트폰 QR코드 생성이 익숙지 않은 노령층의 불만이 특히 많았다.

이순희(73)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에 쇼핑을 나왔다가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직원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이씨를 가로막은 것이다. 이씨는 “원래 기저질환이 있어 백신을 맞으면 위험할까봐 맞지 않았다. 의사도 별 말 없었다”며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은 입장도 못하게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대형 마트 앞에서 만난 홍병근(85)씨도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접종 인증서를 지참하는 것을 잊었다는 것이다. 홍씨는 “’첫날인데 좀 봐달라’고 직원에게 사정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왔다갔다 하는데 이미 힘을 다 써서 오늘 다시 오진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일부 매장에선 방역 패스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입구에선 기자가 지켜본 10분 간 49명의 고객이 입장했다. 그 중 15명은 QR 코드를 찍었을 때 방역 패스가 만료됐거나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딩동’ 소리가 났지만 그대로 입장했다. 3명은 QR코드를 찍지도 않았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모두 규정 위반이지만 직원들은 다른 고객들의 입장을 돕느라 바빠 보였고,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현장 단속은 수시로 나가고 있는데, 매장이 많다보니 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현재는 계도 기간이라 백화점이나 마트를 방문한 시민들에게 우선 방역 패스 제도를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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