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 고기라고 부르지 마"..축산업계, 비건식품 인기에 발끈

강민호 2022. 1.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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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먹거리 기술 각광 받지만
축산업계, 산업 피해 염려해
정부에 '고기' 용어 규제 촉구
식약처는 "관련 규정 검토 중"
美·EU에서도 논쟁 계속돼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정육 매장에 대체 단백질(식물성 고기) 상품에 대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한주형 기자]
대체 단백질(대체육)은 고기로 부를 수 있을까 없을까.

대체 단백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축산업계가 '대체육' 용어 사용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축산업계가 생존을 위해 대체 단백질 산업 견제에 나서면서 미래 먹거리 신기술을 둘러싸고 혁신 산업 육성이 우선인지, 기존 산업 보호가 더 중요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 단백질의 정의와 유형을 설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관련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치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대체 단백질은 축산업계에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식물성 대체 단백질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0.2%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대체 단백질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며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롯데푸드와 농심은 각각 '엔네이트 제로미트'와 '베지가든' 등 자체 대체 단백질 브랜드를 내놓았다. 동원F&B는 '비욘드 미트' 제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대체 단백질에 견제구를 던지며 규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 알 권리가 충족되지 않는 데다 축산업에 줄 타격이 염려된다는 것이다. 국내 축산단체 모임인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대체 가공식품에는 '고기' 또는 '육(肉)' '유(乳)'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용어 정의와 안전성 검증 절차 등을 법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 단백질은 현행 국내 법상으로 따로 분류돼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대체 단백질의 원재료에 따라 곡류가공품, 두류가공품 등으로 분류된다. 이에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라 고기를 원재료로 하지 않은 대체 단백질 제품은 '육' '고기' 등으로 표시하거나 광고할 수 없다. 시장에는 '육' '고기' 표현 대신 '비건 소시지' '비건 미트' '비건 텐더' 등으로 표기된 식물성 대체 단백질 제품이 출시돼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체 단백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 단백질 시장은 초기 단계를 지나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대체 단백질 시장은 2021년 기준 155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35%가량 성장한 것으로 예측된다.

해외에서도 대체 단백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미국 목장주연합은 고기나 쇠고기 등의 정의에서 대체 단백질 상품을 빼달라고 농무부에 청원했다. 또한 미주리·미시시피·루이지애나주 등에서는 대체 단백질 상품에 기존 육류 제품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반면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해 대체 단백질 상품에 스테이크, 버거, 요구르트 등 표기를 허용한 바 있다.

대체 단백질 업체 측은 "식약처 등 관계기관에서 소비자 오해를 방지할 수 있는 명확한 용어를 정해준다면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주체의 의견을 수렴해 용어 정의, 지원책 등을 비롯한 법적·제도적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대체 단백질 산업, 축산업에 대한 다양한 성장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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