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 공룡' LG엔솔..시총 상위주에는 악재, IPO 새내기에는 호재

노자운 기자 2022. 1. 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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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주가지수 편입돼 펀드 수요 몰릴 것
기관, 시총 상위 대형주 매도 불가피
신규 상장주, 30~40조 증거금 수혜 볼까

LG화학(051910)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시가총액이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상단 기준으로 70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인데, 증권업계에서는 상장 이후 100조원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러스트=손민균

LG에너지솔루션이 주식시장에 입성하면 시총 상위 종목들에는 상당한 수급 부담이 될 수 있다. 상장 후 주요 주가지수 편입이 거의 확실한 만큼, 패시브 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액티브 펀드 역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야 한다. 기관에서는 이를 위한 자금 마련 방법으로 현재 보유 중인 시총 상위주를 미리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신규 상장주는 LG에너지솔루션의 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증거금으로 최소 30~4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모일 것이라며, 이 자금이 증시주변자금 형태로 존재하다 또 다른 공모주 투자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 액티브·패시브펀드, 연기금 수요 몰릴 것…대형주 타격 불가피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밴드는 25만7000~30만원이다. 11~12일 이틀 간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만약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30만원으로 결정된다면 상장 직후 시총은 70조2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다면 시총은 140조원이 훌쩍 넘어 SK하이닉스를 제치고 단숨에 국내 기업 시총 순위 2위에 오르게 된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권에 포진한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스피200 지수를 벤치마크(BM)로 삼는 액티브 펀드나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포트폴리오에 LG에너지솔루션을 조금이라도 더 담기 위해 기존 보유 종목을 대량 매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외 2차전지 관련 ETF 가운데 LG화학을 편입하고 있는 상품의 운용자산(AUM)은 작년 말 기준으로 10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이었다. 이중 LG화학 주식 보유 금액은 6억달러(약 7000억원)로, 증권업계에서는 LG화학에 할당됐던 몫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유동 비율이 낮아 상장 전부터 펀드에 편입하려는 기관 수요가 몰릴 전망이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주가 상승이 거의 확실한 종목이기 때문에, 이 종목을 보유하지 못한 펀드는 자동으로 코스피200 같은 벤치마크 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며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이 많지 않은 만큼 이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공포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파크원 본사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사업 비전과 전략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CFO 이창실 전무, CEO 권영수 부회장, CPO 김명환 사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대주주와 우리사주조합 보유분을 제외한 지분율은 4.54~14.53%이다. 이 중 얼마나 많은 물량에 기관 투자자의 의무 보유 확약이 걸릴 지에 따라 유동 비율이 결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작년 대형 상장주의 평균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60%였다는 점을 고려해 유동 비율을 8.5~9% 수준으로 추정한다. 즉,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70조2000억원 가운데 8.5~9%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 91~91.5%(63조9000억~64조2000억원)는 모두 보호 예수로 묶여 최대 6개월 간 시장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패시브 펀드의 리밸런싱을 통한 자금 쏠림 현상도 타 대형주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주요 주가지수에 대부분 편입될 전망이다. 손 연구원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5거래일째인 2월 3일 장 마감 후 FTSE코리아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MSCI코리아에도 2월 중 편입될 전망이다. 코스피200지수에는 유동 비율 10%를 달성해야만 3월 10일 조기 편입될 수 있는데, 만약 유동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다 해도 6월 안에는 편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 지수에 모두 편입된다면, 패시브펀드를 통한 매입 수요는 1조원 이상이 발생한다.

LG에너지솔루션에는 연기금의 투자 수요도 쏠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연기금은 지난해 상장한 대어(大魚)급 종목을 대거 사들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이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8월에 상장한 크래프톤(259960)이었다. 총 1조1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 외에 카카오페이(377300),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현대중공업(329180) 같은 신규 상장주도 연기금의 순매수액 상위권에 올랐다. 연기금은 그 대신 삼성전자(005930)LG화학(051910), SK하이닉스(000660) 같은 대형주를 대거 팔았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은 11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 “LG엔솔 청약 증거금 최대 100조원 전망…신규 상장사에 유입 가능”

시총 상위 대형주들은 수급 부담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반면, LG에너지솔루션 직후에 상장하는 기업들은 청약 증거금의 유입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 같은 회사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청약 일정을 LG에너지솔루션 직후로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 수요예측이 끝난 후 오는 25~26일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일반 공모 청약일은 LG에너지솔루션(이달 18~19일)보다 약 보름 후인 2월 3~4일이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실제로 지난해 3월 9~10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공모주 청약에서 64조원의 증거금을 모은 뒤, 잇달아 공모 청약을 받은 라이프시맨틱스(347700)제노코(361390)가 모두 2000대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달리 중복 청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청약 증거금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증권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증거금을 최소 30~40조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의 비례배정 물량에 대한 청약 경쟁률이 20대1이라면 27조~32조원의 자금이 모일 것으로 추산했다. 경쟁률이 30대1일 경우, 41조~48조원의 자금이 청약 증거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증거금으로 100조원을 전망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증권사 지점에 가보면 LG에너지솔루션 공모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 중인 투자자가 굉장히 많으며, 반면 주가연계증권(ELS)은 청약이 줄줄이 미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CATL 대신 담을 수 있는 주식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청약 증거금은 100조원, 균등배정 참여 계좌 수는 100만개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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