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린 "믿을 건 퍼트..美서도 돌부처로 불리고 싶어요"

양준호 기자 2022. 1. 1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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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시리즈 수석 합격, 이달 말 LPGA 투어 데뷔
"진출 늦었지만 조바심 안 나, 샷 거리 늘리면 해볼 만"
'샤이 팬'들 월요일 새벽에 응원할 맛 나게 노력할게요
사복 차림의 안나린. /사진 제공=보그너
[서울경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응원하는 ‘샤이 안나린’이 많은 것 같다는 얘기에 안나린(26·메디힐)은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샤이해도 너무 샤이하시더라고요. 월요일 새벽에 많이 보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 라운드는 보통 한국 시간으로 월요일 새벽에 열린다. 컷 통과를 해서 마지막 날까지 경기 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나아가 우승 경쟁으로 한국 팬들을 중계 화면 앞에 잡아두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다.

LPGA ‘수능’인 Q시리즈를 수석으로 통과한 안나린이 미국 정복에 나선다. 11일 출국하는 그는 오는 27일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게인브리지 대회로 데뷔 시즌을 출발한다.

비교적 늦은 중2 때 골프에 입문했고 국가대표나 상비군 경험은커녕 주니어 시절 우승 기록도 없는 안나린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3년여 만인 2020년 가을부터 이름을 알렸다. 한 달 새 2승을 몰아쳐 시즌 상금 4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우승 없이 보냈지만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 경쟁 끝에 공동 3위를 했고 12월 Q시리즈에서 마지막 날 5타 차를 뒤집는 대역전극으로 1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데뷔 첫해부터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1년 넘게 화상 회화로 꾸준히 공부한 영어를 본격적으로 써먹을 시간이 왔다.

최근 만난 안나린은 “같이 간 어머니와 매니저 분이 정말 잘 케어해주셔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3주 넘게 미국에 머무는 동안 김치찌개, 된장찌개부터 각종 음식을 해주시려고 어렵게 가게를 찾아다닌 엄마를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2020년 12월 최고 메이저 대회 US 여자 오픈에 참가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대회 분위기와 잔디 등 코스 컨디션을 경험하면서 탄도, 스핀 등에 있어 여러가지 실험으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안나린. /사진 제공=메디힐

국내 투어에서 우승 없는 3년 동안 안나린은 ‘시간문제일 뿐 나는 우승할 선수다’는 믿음으로 버텼다고 한다. 새 도전을 앞둔 마음가짐도 똑같다. “조바심은 느끼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못해본 신인왕이 욕심난다”고 했다. 안나린은 지난 2015년 한 대회에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한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정식 데뷔한 2017년에 신인상 자격도 얻지 못했다. 미국 투어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가고 싶은 곳은 하와이. 제일 기대되는 대회도 하와이 대회(4월 롯데 챔피언십)다. 아버지가 항공사 엔지니어여서 어릴 때부터 해외여행 기회가 많았고 하와이는 예닐곱 번이나 다녀왔는데도 또 가고 싶단다. “늘 관광으로만 방문했던 곳이라 코스가 궁금하고 기후 등 환경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궁금하다”는 설명이다.

안나린은 국내 투어 데뷔 첫 우승 때 고진영을 제쳤고 지난해 국내 LPGA 투어 대회 때는 우승 경쟁 끝에 고진영에게 트로피를 내줬다. 1996년 1월 생이라 1995년생 고진영과 동갑으로 지낸다. LPGA 한국 군단의 부동의 에이스가 된 고진영에 대해 안나린은 “흔들리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찬스가 왔을 때 잡아서 해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도 그렇게 기회를 잡으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신감의 근거는 퍼트다. 국내 투어 2승과 Q시리즈 수석 모두 퍼트의 힘이 컸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주니어 시절 퍼트 연습 기구를 방에서도 끼고 살던 안나린은 새 시즌도 3년째 쓰고 있는 퍼터로 맞을 생각이다.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훈련할 그는 “샷의 거리와 정교함 모두 향상돼야 한다”면서도 “퍼트는 Q시리즈 때 낯선 버뮤다 잔디에서도 잘됐기 때문에 그 부분은 기대가 된다. 대회를 치르면서 더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골프를 안 했다면 아마 파일럿이 됐거나 지망하고 있었을 거라는 안나린은 미국 무대에서 어떤 별명으로 불리면 좋겠냐는 물음에 “(국내 투어 뛰며 얻은 별명인) 돌부처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뭔가 단단한 느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선수···. 이런 인상을 주고 싶습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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