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웃돈 주고 사가더니, 이젠 절반은 '주인없음'..아파트 경매도 꽁꽁

유준호 2022. 1. 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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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낮은 가격도 응찰자 없어
강남 고가주택 줄줄이 유찰
서울 아파트 낙찰률 46.9%
7년만에 최저치로 추락
인천·울산 등 광역시서도
낙찰가가 감정가 밑돌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매경DB]
주택 매매시장에 이어 경매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70%를 웃돌던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지난달 50%선이 무너졌다. 경매시장에 나온 물건 절반 이상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 이슈와 높아진 대출문턱 때문에 매수세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10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1년 12월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46.9%로 전달(62.2%) 대비 15.3%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급작스러운 법원 휴정 사태로 낙찰률이 10%(10건 중 1건 낙찰)였던 2020년 3월을 제외하면 2014년 10월(46.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실제 지난달 2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두산위브(전용면적 85㎡)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다. 입찰 최저가는 감정가인 8억6600만원으로, 지난해 10월 매매시장에서 거래된 동일 전용면적 물건(9억4500만원)보다 7900만원 낮았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현재 이 단지의 같은 전용면적 매물의 시장 호가는 10억원을 웃돈다. 시장 거래가 대비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물건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주택 수요자에게 외면을 받은 것이다.

고가 아파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역삼동 래미안그레이튼(전용면적 142㎡) 경매에서도 응찰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 물건 감정가는 29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4월 매매시장에서 거래된 동일 면적 물건 매매가(31억원) 대비 1억원 이상 낮다.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낙찰률이 70%에 이를 정도로 '불장'이었다. 당시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119.9%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물건 감정가가 경매 일시보다 통상 3~6개월 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시세 차익을 보려는 투자자들 발길이 몰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서 관망세가 커졌다. 응찰자는 급감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낙찰가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기준 평균 응찰자는 7.2명이었지만 지난달 3.4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낙찰가율도 같은 기간 115%에서 103.3%로 떨어졌다.

인천 아파트 경매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120%대로 높은 낙찰가율을 보였던 인천 아파트 경매시장은 12월 낙찰가율이 105.7%로 전달(111.9%) 대비 6.2%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역시 전달보다 1.1명 줄어 연중 최저치인 4.7명으로 집계됐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낙찰가율도 지난달 모두 하락했다. 하락 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울산으로 전월(108.2%) 대비 14.2%포인트 떨어지며 94%를 기록했다. 울산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7월(97.2%) 이후 5개월 만이다. 부산(94.7%), 대구(95.1%), 대전(97.1%)도 낙찰가율이 100%를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가 경매시장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경매 물건을 담보로 받는 경락잔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일종으로 관리돼 정부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히면서 수요자들의 경매시장 진입에 제약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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