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채무의 함정' 빠진 스리랑카, 중국에 채무 재조정 요청

조기원 2022. 1. 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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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쳐놓은 '채무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중국 정부에 채무 재조정을 요청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9일 수도 콜롬보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어난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채무 상환 재조정에 대해 관심을 (중국이) 기울여준다면 스리랑카가 크게 안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리랑카 대통령실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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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팍사 대통령, 왕이 외교부장에 요청
양국 유대 강조한 왕 부장, '돈 문제' 즉답 피해
코타바야 라자팍사(왼쪽) 스리랑카 대통령과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이 9일 중국의 투자로 건설한 콜롬보 국제금융도시를 둘러보고 있다. 콜롬보/EPA 연합뉴스

중국이 쳐놓은 ‘채무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중국 정부에 채무 재조정을 요청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악화된 스리랑카의 경제 상황 때문이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9일 수도 콜롬보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어난 경제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채무 상환 재조정에 대해 관심을 (중국이) 기울여준다면 스리랑카가 크게 안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리랑카 대통령실이 밝혔다. 스리랑카의 대중 채무는 약 33.8억달러(약 4조500억원)에 이른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어 최근 코로나19로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한 도움”도 요청했다.

왕 부장은 이날 중국이 투자한 콜롬보 국제금융도시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수교 65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 유대를 강조하는 연설을 했지만, 채무 재조정 요청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스리랑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요 산업인 관광업이 타격을 입으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돈이 없다 보니, 지난해 말에는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진 빚 2억5100만달러(3010억원)를 4년 동안 매달 500만달러(60억원)어치 차로 갚겠다는 이례적인 제안도 했다. 홍차는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특산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리랑카 외교부는 외화를 절약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나이지리아 아부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키프로스공화국 니코시아의 영사관을 폐쇄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해 12월17일 스리랑카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인 ‘시시’(CC)로 낮추며 “몇달 내로 스리랑카가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밝혔다. 피치는 “2022년 스리랑카가 갚아야 할 외채가 원금과 이자를 합해 69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스리랑카 국내총생산(GDP)의 430%에 육박한다”고 경고했다. 스리랑카 외환 보유액은 지난 11월 말 기준 16억달러(1조919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15억달러 등에 힘입어 지난 12월 말 31억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당장 오는 18일 5억달러 외채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7월에도 10억달러 외채를 상환해야 한다.

스리랑카 경제 상황이 악화된 이유는 코로나19의 세계적 감염 확산으로 주요 산업인 관광업이 큰 타격을 받았고 각종 세금 감면 정책으로 세수는 줄었는데 정부 지출은 컸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와 함께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 중국에 과도한 채무를 지고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한 점도 경제가 어려워지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 스리랑카가 남부 함반토타 항구 건설 과정에서 거액의 빚을 졌으나 운영 실적은 저조해 항구 운영권을 약 11억달러를 받는 대가로 중국 자오상쥐그룹에 99년 동안 내줬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이 일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스리랑카와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을 ‘채무의 함정’에 빠뜨린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스리랑카 국내총생산에서 정부 부채의 비율은 2017년까지만 해도 70%대에 머물렀지만, 2021년에는 109.2%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스리랑카의 대외 채무는 지난해 4월 기준으로 350억달러 정도인데, 이 중 10%가량을 중국에 진 빚이 차지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국제 금융시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일본에 이어 스리랑카의 네번째 채권자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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