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개미 울리는 '쪼개기 상장'..물적분할에 칼빼든 정치권

오재현 2022. 1. 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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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핵심사업 떼어내 상장땐
기존주주는 주가 떨어져 타격
개미 표심 잡으려는 대선후보
투자자 위한 보호방안 쏟아내
상장회사 주식 우선배정 거론
신주인수권 주는 방안도 제안

◆ 경제신문은 내친구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주식시장에서 주가 하락을 뜻하는 '파란불'이 켜지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IPO)인데요. 기업공개란 외부 투자자들이 특정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첫 공매 절차입니다. 주식 상장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IPO는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가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물적분할한 기업들의 IPO에 대해서는 기존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들도 나서서 규제하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적분할을 둘러싼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물적분할이 무엇인가요.

▷회사가 자본을 들여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을 기업분할이라고 합니다. 기업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뉩니다. A라는 의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러 제품 중에서 신발이 잘 팔리자 A사는 '○○신발'이라는 별도 회사를 분리하고자 합니다. 이때 A사의 기존 투자자들이 소유 비율대로 ○○신발 주식을 배정받는 것을 인적분할이라고 합니다. 반면 모회사인 A사가 ○○신발 주식을 100% 소유해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물적분할입니다. 기업은 핵심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의사 결정 경로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할을 시행합니다. 모회사 자금만으로 사업이 힘들기 때문에 ○○신발은 새로 IPO를 하게 됩니다. 물적분할 후 상장인 것이죠.

―물적분할 사례는 어떤 게 있나요.

▷포스코는 오는 3월 물적분할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포스코홀딩스를 지주회사(모회사)로, 철강 전문업체인 포스코를 분할회사(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지주회사를 주축으로 분할회사들의 핵심 사업(철강·수소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 석유개발(E&P) 사업을 하는 SK어스온을 물적분할해 출범시켰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이 유망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세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석유화학과 전지 등 5개 사업 부문으로 구성됐던 LG화학도 2020년 12월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해 출범시켰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적분할된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지주회사 주가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개미투자자'들이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분리 직전에 보유한 지주회사 주식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적분할 자체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분할회사를 100% 비상장 자회사로 유지하기로 한 포스코는 물적분할 공시 후 하루 만에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습니다.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것은 지주회사와 분할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일명 '쪼개기 상장'입니다. 앞서 말한 A사와 ○○신발이 모두 상장한다면 신발이 잘 팔리는 A사를 보고 투자했던 주주들은 물적분할된 ○○신발이 아무리 잘 팔려도 투자 이익을 볼 수 없습니다.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던 신발 사업이 떨어져 나간 A사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후보들이 물적분할 규제 공약을 내놨다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쪼개기 상장을 규제하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이 후보 측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우선 배정하는 등 관련 규정을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윤 후보도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IPO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보호하는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주인수권은 기업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발행된 새 주식을 우선적으로 할당받을 권리입니다. 두 대선후보 모두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죠.

[오재현 기자 / 고나린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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