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상장후 13% 최대 폭락..'황제株' 붕괴

박우인 기자 2022. 1. 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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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품주 4분기 실적 '비상'
中 오미크론 확산에 소비둔화 우려
LG생건 95.6만원 '52주 최저가'
아모레도 한달새 5.3%나 떨어져
"회복 시간 필요..신중한 접근을"
후 천기단 화현세트. /사진 제공=LG생활건강
[서울경제]

LG생활건강(051900)아모레퍼시픽(090430) 등 국내 화장품주가 4분기 실적 악화 전망에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화장품 소비 둔화 우려가 커진 만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실망감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화장품주의 목표 주가를 잇따라 내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 고조시키고 있다.

10일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 대비 13.41% 내린 95만 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중 한때 92만 1,000원까지 꼬꾸라지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100만 원 지지선이 깨진 것은 지난 2017년 10월 12일 이후 4년여 만이다. 일간 하락률은 2001년 4월 상장 이후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고점을 찍었던 7월 1일 178만 4,000원과 비교해 46.41% 급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27조 6,442억 원이었던 시가총액은 무려 13조 원 가까이 증발해 14조 9,310억 원으로 크게 후퇴했다.

특히 최근 한 달 외국인은 2,177억 원을 순매도하며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날도 외국인은 1,073억 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내며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이 LG생활건강을 팔아치운 것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면세 사업 부진 등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있는 증권사 3곳의 LG생활건강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약 2조 530억 원, 243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4분기 면세점 매출이 애초 예상치보다 1,000억 원 정도 빠질 듯하다”며 “12월 면세점에서 제시하는 할인율이 지나치게 높아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출을 일으키지 않은 듯싶다”고 진단했다.

4분기 실적 우려로 증권사는 LG생활건강에 대한 목표 주가를 잇달아 내리고 있다. 이날 NH투자증권이 목표 주가를 기존 165만 원에서 145만 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을 비롯해 KTB투자증권(기존 150만 원→120만 원)과 유안타증권(기존 145만 원→127만 원)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LG생활건강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미지움 전경. /사진 제공=아모레퍼시픽

또 다른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4분기 실적 악화 우려를 피해가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주가가 5.30% 빠진 15만 2,000원을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 14.36% 내림세를 보인 아모레퍼시픽 역시 중국 내 업황 악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 분기 국내 화장품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974억 원, 455억 원으로 각각 13.6%,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글로벌 시장의 부진이 아쉬웠다. 중국 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639억 원, 105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2%, 76.3% 내렸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이니스프리 부진이 설화수의 성장을 상쇄했다”며 “판매 감소와 비용 증가로 역레버리지(과도한 차입금으로 비용 부담이 수익보다 높아지는 현상)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이날 코스맥스(192820)(-5.88%)·한국콜마(161890)(-1.65%) 등 국내 화장품주들이 급락했다. 이 영향으로 화장품 업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TIGER 화장품(228790) ETF’도 4.11% 급락해 고점 대비 37% 넘게 조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화장품주가 실적 악화 우려에 따른 조정을 받았지만 소비 심리가 회복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박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은 아모레퍼시픽과 LG 생활건강의 4분기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면서 투자 심리를 더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가가 워낙 바닥에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지만 추세적인 주가 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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