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리스타트' 전경준 감독, 어제 내린 눈은 잊었다

김태석 기자 2022. 1. 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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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광양)

◆ '피치 피플'

전남 드래곤즈
전경준 감독

전남 드래곤즈는 2021년 마지막을 환상적으로 장식했다. K리그2 클럽으로는 최초의 FA컵 우승, 그래서 아득히 멀어만 보였던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획득했다. 비록 승격을 이루진 못했어도, 그 아쉬움을 능히 상쇄할 만한 멋진 결과였다. 멋진 우승을 안긴 전경준 전남 감독은 그 환희를 잊었다. 이제는 냉정한 자세로 현실적인 문제를 넘어 또 다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전 감독은 <베스트 일레븐>과 만난 자리에서 차분하게 새 시즌에 대한 전망과 각오를 내놓았다. 또, 수비와 관련한 자신의 축구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견해를 남겼다.

"상황 극복할 방법 찾아내겠다"

Q. 만나서 반갑다. 승격에 실패한 아쉬움과 FA컵을 우승한 성취감 중 어느 게 더 큰가?

"FA컵은 사실 그렇게 욕심을 내지 않았죠. 처음에는 플레이오프에 더 집중했었고요. 어쨌든 승격과 FA컵 우승 중 하나는 분명히 가져야했습니다. 승격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FA컵이라도 가져서 우리가 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명분적인 부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우승 못했다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됐을 겁니다. 다가오는 시즌이 기대가 되고 걱정도 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고 합니다."

Q. 전남의 지난 시즌 FA컵 우승은 역대 FA컵 챔피언을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되는 우승인 것 같은데

"주변에서 큰일했다고 말씀하십니다. 2부리그 클럽으로는 최초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내년에 승격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큰 의미가 부여되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사상 최초의 사례로서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계속 소통하고 있는데, K리그2 클럽은 저희밖에 없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K리그1 팀들은 A매치 때 쉬는데 저희는 그렇지 않고 계속 진행해야 하니까요. 일정이 매우 타이트할 겁니다. 그렇지만 제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겠죠.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이라는 말이 있다. 우승 이후 고민이 정말 컸을 듯하다.

"이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선수들도 우승했으니 더 보상을 원할테고 구단에서는 그걸 다 맞춰줄 수 없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굉장히 민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제 처지에서는 잡을 선수를 잡아주고 좋은 선수를 뽑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사실 현실의 벽에 많이 부딪쳤습니다.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때문에 구단과 최대한 소통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할 수 있는 건 다하겠다"

Q. AFC 챔피언스리그를 한 곳에 모여 치르는 게 스쿼드가 얇은 전남에 유리할 듯하다.

"제 경험상 확실히 그게 유리합니다. 홈 앤드 어웨이로 경기를 치르는 건 지금 상황상 어렵죠. 밖에서 보는 우려, 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렵지는 않아요."

Q. 승격과 AFC 챔피언스리그, 두 마리 토끼 사냥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

"사실 현실적 측면에서 AFC 챔피언스리그를 우리가 놓아야 한다는 얘기는 좀 그렇습니다. 일단 해보고 능력이 안 되어서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다해야죠. 선택과 집중, 두 전략 중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지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어요. 상황에 따라서 내릴 판단들이 상당히 많으니까요. AFC챔피언스리그는 중요한 대회이며, 자칫 망신당할 수 있는 상황도 생길 수도 있으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스쿼드 안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 토너먼트에 강한 전남임을 생각하면 16강에는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야겠죠. 게다가 K리그1 승격 제도에도 변화가 있잖아요. 전 우리 팀이 이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프로연맹에서 일정 등 여러 요소를 최대한 똑같은 조건에 맞춰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겠죠."

"승격은 팀으로서 누적된 힘의 결과물"

Q. 말씀하신대로 1+2 승강제는 전남이 승격하는 데 기회가 아닐까 싶은데

"자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정말 자신있다고 말씀드려요. 그게 우리의 성공 가능성을 채우는 방법이고, 저는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증명해내야겠죠. 물론 축구라는 게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을 높이는 건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많이 도와달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1+2 제도는 각 팀마다 굉장한 동기 부여가 될 겁니다. 더 치열해질 게 자명해요. 일단 해봐야겠지만, 승격은 팀으로서 누적된 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워도 밀고 나가고 버텨내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전남이 가장 강하지 않을까?) 지난해 무승부 중 반만 이겼더라도 하는 아쉬움은 지금 항상 남습니다. 일단 지는 게 제일 싫고요. 승리가 가장 좋죠. 그런데 무승부를 승리로 만드는 건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사실 제 힘만 가지고는 한계에 부딪칩니다. 그래서 구단에 부탁을 하고 있는거고요. 다행스러운 점은 긍정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Q. 감독님의 축구는 잘 짜인 수비 축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대구와 FA컵 2차전에서는 화끈하게 공격 축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대구전은 그 한 판으로 끝나는 승부였기에 우리가 가진 모든 걸 쏟는 것에만 집중한 경기였죠. 그런데 그런 축구를 우리가 리그를 하면서 끌고 갈 수 있는지에 판단했어요. 우리 팀을 두고 수비적이면서 카운터에 능하다고 하시는데, 이건 우리의 현실 때문에 그런 것이지 전경준의 축구라는 건 아닙니다. 단정을 짓지 마시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축구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시즌을 치르면서 극단적으로 올려서 했던 경기도 꽤 많습니다. 다만 대구전처럼 성과가 나지 못해 얘기가 안 나온 것 같습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수비 축구한다는 인식이 아쉽진 않은지? 속상할 법한데

"그렇진 않습니다. 밖에서 볼 땐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죠. 기술적으로 설명을 드리자면, 우리 팀 전력상 플레이 중 동수의 상황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수적 우위를 가지고 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전환이 됐을 때 공격에 올려 보낼 선수가 몇이나 될지, 얼마나 채워 넣어야 할지를 고민 했습니다. 올해 만약 우리가 그 축구를 탈피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저는 얼마든지 할 겁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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