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지난해 적용하면 수사 대상 사업장 190개..노동부 "공정·엄정 수사하겠다"

이혜리 기자 2022. 1. 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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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고 김다운 전기노동자 산재사망 추모 및 한전 실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가 죽거나 다쳤을 때 안전보건 조치를 다 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산재 사망사고 감축 방안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을 적용했을 때 190곳이 수사 대상이 된다고 추산했다. 기업이 사전에 안전보건 조치를 강화토록 해 올해 사망하는 노동자를 지난해에 비해 100명 이상 줄이겠다는 게 노동부 목표다.

노동부는 10일 올해 산재 사망사고 감축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산재 승인 통계 기준으로 산재 사고 사망자는 828명이다. 2020년(882명)보다 20% 감축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54명이 줄었다. 노동부는 올해 산재 사고 사망자 수를 700명대 초반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이고, 공사금액이 50억원 미만인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이 3년 유예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 811개소 중 당장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을 추리면 190개소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109개소, 제조업이 43개소, 기타가 38개소다. 이중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입증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될 수 있다.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전체 산재 사고 사망의 약 25%가 중대재해법 수사 대상에서 발생했다”며 “중대재해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장인 190개소에서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를 보면 중대재해법의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불명확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정확히 어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는지 알기 어렵고, 과도한 처벌이라는 우려를 해왔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 중대재해법 해설서, 업종별 자율점검표, 사고유형별 매뉴얼 등을 지속적으로 제작·배포했다고 설명했다. 75개 중앙행정기관과 243개 지방자치단체도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지방노동관서의 광역중대산업재해관리과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 여부와 함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도 수사하게 된다. 사고를 야기한 유해·위험 요인이 묵인·방치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노동부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과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법적 쟁점을 신속히 정리하고,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 절차를 표준화하겠다고 했다. 대검찰청은 내부적으로 중대재해법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노동부는 건설·제조·화학 등 사망사고 다발 업종과 현장 위험요인을 중심으로 예방 감독과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대형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여수·울산·대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산단의 정비 보수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노동부는 “올해부터는 감독 결과를 반드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통보하거나 설명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산업안전보건 정책 수립을 위해 관계부처와 노·사, 전문가가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정책위원회(가칭)’를 설치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가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소규모 건설현장을 1차 관리하는 산업안전지도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다만 중대재해법 적용이 유예된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의 대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시행의 산재 감축 효과엔 한계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사망 사고 중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비율은 78.6%였고,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 비율은 71.5%였다. 사업장 수로 따지면 811개소 중 621개소는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지만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산재 사망 사고에서 50인 미만, 50억원 미만 사업장 비율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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