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FA의 원조' 최형우가 나성범에게.."부담 말고 책임감 느끼길"

김은진 기자 2022. 1. 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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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KIA 최형우가 지난 6일 김종국 KIA 감독의 취임식에 선수 대표로 참석한 뒤 인터뷰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형우(39·KIA)는 2017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뒤흔든 주인공이었다. 4년간 총액 100억원 계약을 맺고 삼성에서 KIA로 이적했다. 당시 FA 100억의 문은 아주 높았다. ‘거품’ 논란을 의식하느라 어느 구단도, 어느 선수도 공식적으로 넘지 못하고 있던 100억원대의 문턱을 KIA와 최형우가 넘었다.

당시 KIA는 거포에 목말라 있었다. ‘CK포’로 불린 최희섭-김상현 듀오를 앞세워 통합우승을 차지한 2009년을 통해 홈런의 맛을 느껴버린 KIA가 이후 사라진 홈런 타자를 다시 찾아헤멜 때였다. 4번 타자만 추가하면 라인업이 완성될 것만 같던 2017년 KIA에 무려 100억원을 받고 간 최형우의 어깨는 당연히 무거웠다.

그해 최형우는 26홈런을 쳤다. 120타점을 올리고 타율 0.342를 치면서 KIA가 원했던 4번 타자 역할을 해냈다. 뒷문이 흔들려도 최형우를 중심으로 한 타선이 대폭발해 경기를 다시 뒤집곤 했다. 스릴만점의 시즌이었다. 입단하자마자 통합우승을 이끈 최형우는 ‘몸값’을 제대로 한 FA로 불렸다. KIA는 쓸 때 확실히 써 투자를 잘 하는 구단의 이미지를 얻었다.

이후 잠잠하던 KIA가 5년 만인 이번 겨울, 다시 FA 1명에게 역대 최고액을 쏟아부었다. 나성범(33)을 6년 150억원에 영입했다. 이제는 KIA에서 6년째, 터줏대감이 된 최형우가 나성범을 맞이하고 있다.

100억 FA의 시조새라고 할 수 있는 최형우는 사실상 지금 KIA의 유일한 홈런 타자다. 5년 전 KIA 선수들이 그랬듯, 나성범과 함께 할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형우는 “(나)성범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지난해 우리 공격력이 많이 약해 꼭 보강됐으면 했는데 그것이 성범이라 더 든든한 것 같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워낙 뛰어난 선수라 바랄 것이 없다. 즐길 수 있다면 적어도 6년간 꾸준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역대 FA 최고액인 150억원 계약으로 KIA에 입단한 나성범. KIA 타이거즈 제공


어마어마한 몸값의 타이틀을 즐기기만 할 수는 없다. 몸값은 훈장이지만 결과에 따라서는 영원히 따라붙는 꼬리표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자부심과 함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부담을 느껴야 하는 것이 대형 FA들의 의무다. ‘홈런왕’ 경력을 갖고 FA 시장에 나갔고, 처음으로 100억원의 선을 넘으면서 팀을 우승시킬 희망으로 불렸던 최형우는 그 무게를 잘 알고 있다. 나성범을 향해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지금의 KIA는 4번타자만 추가하면 우승 전력이 될 것 같던 5년 전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그러나 투자한 만큼 결실은 맺어야 한다.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KIA는 나성범 영입을 통해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강팀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 우승’은 아니더라도 5강권은 기대하고 있다. 역대 최고액이라는 타이틀 속에 나성범이 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 이미 경험했던 최형우는 ‘부담’이 아닌 ‘책임감’으로 소화할 것을 당부했다.

최고참인 최형우는 5년 전의 고마웠던 선배처럼 나성범이 KIA에 완전히 흡수될 수 있도록 도우미가 되어줄 생각이다. 최형우는 “야구는 워낙 잘 해왔던 선수이기 때문에 달라진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내가 KIA에 왔을 때는 이범호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팀에 녹아들 수 있게 참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이제 그 역할을 내가 해야 할 것 같다. 붙임성 좋은 후배들이 많아 아마 성범이도 우리 팀에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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