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학적" vs "백신 독려".. 해외서도 찾기 힘든 백화점 방역패스

최정석 기자 2022. 1. 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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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럽 등 방역패스에 백화점 거의 없어
프랑스는 면적 2만㎡ 넘을 때만 의무 적용
"대규모 점포, 환기 잘 돼 감염 가능성 작아"
지난해 12월 23일(현지시간) 런던 도심 리젠트 거리가 쇼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부터 면적이 3000㎡가 넘는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에 들어가려면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방역패스 제도를 도입한 국가 중에서 백화점·대형마트 출입까지 규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은현

◇ 해외선 백화점·대형마트 규제 안 하는데

미국은 연방정부마다 방역패스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에서는 방역패스를 도입했지만, 백화점·대형마트는 예외다. 미접종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백화점·대형마트 안에 있는 내부 식당가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된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 방역패스를 도입했지만, 백화점·대형마트에 이를 적용하는 지역은 없다. 독일은 접종(geimpft), 회복(genesen), 검사(getestet) ‘3G 규칙’으로 방역 정책을 만들어 방역패스를 운영 중인데, 마찬가지로 백화점·대형마트는 적용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2만㎡(약 6000평)’가 넘는 백화점, 쇼핑센터 등에만 제한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2만㎡는 잠실종합운동장 축구장(7100㎡)의 3배 정도 크기다. 벨기에는 시설 운영자 재량에 따라 백화점 등도 방역패스를 적용할 수 있게 돼 있어 의무 사항이 아니다.

<YONHAP PHOTO-5070> 대형마트도 방역패스 의무화 (광주=연합뉴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방역패스가 시행된 10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북구청 시장산업과 직원들이 방역패스 시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2.1.10 [광주 북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ch80@yna.co.kr/2022-01-10 14:59:17/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실효성 없어” vs “공공복리 측면”

전문가들도 백화점·대형마트의 방역패스 적용이 감염병 확산 저지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내부 식당가(푸드코트) 정도를 제외하면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고, 공간이 넓어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환경이기 때문에 감염 위험도가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경우 층고가 7~8m에 이를 정도로 공간이 넓고, 환기가 잘 되기 때문에 애초에 호흡기 바이러스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에서 12건(327명 확진), 대형마트에서 19건(427명 확진)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확진자 수(57만102명)의 0.13%다.

정부가 감염병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이유로 국민적 피로도를 고려하지 않고 방역패스 시설을 성급하게 확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방역패스는 거리두기 수준을 완화하면서 보완책으로 이뤄지는 조치다”라며 “지금은 거리두기와 방역패스가 나란히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친 국민이 방역패스를 수용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백신 접종 효과를 적극적으로 증명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도 “일종의 사회필수시설 출입을 규제한다면 이곳이 다른 시설에 비해 감염병 차원에서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철저하게 계산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먼저 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미접종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방역패스가 광범위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미접종자가 의료역량에 주는 부담이 국민 전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공복리 측면에서 방역패스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정부 “방역패스 확대하고 확진자 수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 특별방역대책의 하나로 대형마트까지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밀집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감염병 차원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접종자는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 확인서 없이는 대규모 점포를 이용할 수 없다. 코로나19 완치자나 중대한 백신 이상반응 등 의학적 이유로 방역패스 적용을 받지 않는 사람도 격리해제확인서, 예외확인서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전 국민 84%가 기본 접종을 마치고, 돌파감염이 증가한 상황에서 방역패스에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 4일 법원 결정에 따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는 일시 중단되면서 이런 논란은 더 커졌다.

하지만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6일 방역패스를 확대하면서 확진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방역패스 확대를 우선 추진하여 거리두기 강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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