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고령운전자 조건부 운전면허, 자율주행차 튜닝으로

문보경 2022. 1.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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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yjmoon@koti.re.kr

고령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이 2025년부터 추진된다고 한다.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인해 고령운전자의 급증과 그에 따른 안전운전 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그 이유다. 최근의 경찰 통계에서 보이는 것처럼 65세 이상 운전자 1만명당 교통사고 유발 건수가 약 93건으로 30대 운전자의 약 50건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사망자 건수도 1만명당 2.75건으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난다. 우려할 만한 수치인 것은 틀림없다.

조건부 운전면허는 정규 운전면허 발급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에만 운전을 허용하는 면허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각, 청각, 신체 활동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특별히 운전할 수 있도록 자동차의 구조를 개선하거나 신체 활동 보조 수단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즉 운전자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정상적인 운전면허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특정한 보조장치나 특정한 도로 환경에서는 안전한 운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제한적으로 운전을 허용하는 것이 조건부 운전면허다. 여기에 해당되는 조건 중 운전시간, 도로 및 공간, 속도 등에 대한 제한은 자칫 이동권에 대한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물론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 도로 및 공간의 이동 범위에 대한 고령운전자의 운전 제한 조건의 적용이 시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보장제도나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고령자들이 생계유지나 일상생활을 위한 이동에 자가운전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령운전자에게 안전운전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운행제한 조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자율주행 기능을 차량에 장착하는, 즉 자율주행차 튜닝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자동차관리법에서 자동차 튜닝이란 자동차의 구조, 장치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데, 쉽게 말하면 등록된 자동차를 운전자가 개인적 취향 및 사용목적에 맞게 자동차의 구조 및 장치를 변경하는 것이다.

현 자동차관리법의 안전기준 범위 내 튜닝 대상에는 자율주행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새로운 산업으로 추진할 경우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기능의 수준에 따라 5단계(레벨 0 ~ 레벨 4)로 나누어진다. 아무런 기능이 없는 자동차는 레벨 0, 전방차량 충돌경고장치나 좌우측 혹은 후방 접근차량 경고장치, 차로이탈경고장치 등이 기능으로 장착된 차량은 레벨 1로 분류된다. 적응형 순항제어장치(ACC)나 차로유지지원장치(LKAS) 등이 장착되어 운전자의 손과 발이 잠시 쉴 수도 있는, 그러나 제어권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있는 기능을 레벨 2로 부른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에 운전자의 눈과 같은 시각 인지 기능을 보강하는 라이다 혹은 카메라 센서를 설치해 운전자가 손과 발, 눈을 잠시 쉬면서 일정시간 혹은 도로의 일정 구간에서 차량에게 제어권을 맡길 수 있는 고도의 기능을 갖추게 되면 레벨 3이라 부른다. 도로에서 주행 시 손과 발, 눈을 모두 쉬면서 주행의 제어권을 차량에게 모두 넘기게 되면 레벨 4라고 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레벨 4의 연구개발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상용 제품의 등장은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조건부 운전면허에 관련해 고령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지원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능은 현 레벨2와 레벨3를 들 수 있다. 레벨2는 최근에 출시되는 신차 중 중대형 승용차에 거의 기본형으로 장착되는 기능으로 포함되어 있다. 신차의 차량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레벨 3은 2025년 이후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작회사에서 시장에 선보이는 신차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레벨3 기능을 장착한 차량의 가격은 현재 가격보다 1.5배에서 2배 정도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고령운전자들이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된 신차를 구매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동안 타 오던 승용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로 장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발효된 자율주행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연구개발 목적으로 기존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부착해 주행 실증이 가능하도록 누구에게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보다 더 수년 전 자율주행차에 관한 한시적인 특별법에 의해 기존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부착해 연구개발 실증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부여하였던 터라 많은 중소기업들이 앞다투어 기술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상당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 및 안전운행 실증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현 수준에서 자율주행 레벨2의 기능을 기존 차량에 장착하는 일종의 자율주행차 튜닝 사업을 우선적으로 제도화한다면 그동안 연구개발 목적으로 한정된 기술만을 실증해 오던 이들 중소기업들에 새로운 산업으로의 확장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점점 늘어나는 우리 사회의 고령운전자들에게 기존에 타 오던 승용차를 조금 더 오랜 기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율주행차 튜닝은 공정한 모빌리티를 향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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