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소식에 흔들리지 않는 벤투호의 비결

황민국 기자 2022. 1. 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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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아쉬움은 있어도 혼란은 찾아보기 힘들다.

믿음직한 수비수 권경원(감바 오사카)과 미드필더 원두재(울산), 그리고 손흥민(토트넘)까지 전력에서 이탈한 터. 앞서 부상으로 제외된 황희찬(울버햄프턴)까지 더한다면 무려 4명이 빠졌다. 반복되는 부상 소식에도 벤투호는 별 다른 걱정없이 터키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10일 “한 선수가 다치면 그 자리를 메울 선수가 최소한 2~3명의 대안이 있다. 그게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뒤의 가장 큰 변화”라고 귀띔했다. 벤투 감독이 철저하게 예비엔트리를 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역대 대표팀에서 예비엔트리를 운용하지 않는 팀은 없다. 벤투 감독이 특출난 것은 자신의 축구철학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미리 대표팀에 불러 전술을 몸에 익힐 시간을 준다는 사실이다. 벤투 감독이 처음 대표팀에 뽑은 선수들을 바로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비율이 높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2018년 9월 부임 이래 한 번이라도 경기에 내보낸 선수가 61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선수를 점검했다. 이미 은퇴하거나 불미스러운 일로 떠난 선수들을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대표팀의 예비전력이라고 봐도 된다.

단순히 선수 숫자만 많이 운용하는 것도 아니다. 벤투 감독은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해 주전들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과거 대표팀의 붙박이 수비수였던 김문환(LA FC)과 미드필더 권창훈(김천상무), 이강인(레알 마요르카) 등이 최근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는 것은 그 경쟁이 녹록지 않다는 증거다. 거꾸로 황인범(루빈 카잔)처럼 다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들은 대표팀 전체의 전력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의 축구가 똑같다는 비판에도 점점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힘일지 모른다. 부상 선수가 나올 때 이런 선수가 다시 등장해 힘이 되어주는 것은 분명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선수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다. 벤투 감독 부임 전후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 바로 부상을 관리하는 ‘트래킹 시스템’의 완성이다.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주요 선수들에 대해선 대표팀 주치의가 소속팀 주치의와 직접 몸 상태를 의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교수를 비롯해 대표팀에 봉사하고 있는 의무분과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소속팀을 방문해 협조를 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대표팀은 소속팀에서 부상 혹은 컨디션 이슈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수가 언제 복귀하는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선수가 과거 다치기만 하면 소속팀의 통보만 기다렸던 것과 달리 이젠 대표팀이 선수의 회복에 협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도입 전 선수들조차 가능할지 의심했던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소속팀이 이번 전지훈련과 같은 장기 소집에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 걱정을 더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거친 훈련에 다치거나 코로나19 감염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팀은 이 부분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두 명의 주치의가 동행하기로 했다. 이번 훈련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연전(27일 레바논·2월 1일 시리아)이 설 연휴까지 엮인 터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광준 교수는 “올해는 구정이 아닌 신정으로 설을 지냈다. 나 뿐만 아니라 대표팀 스태프 모두가 한국 축구에 봉사한다는 마음인 것은 똑같다”며 “선수들이 안전하게 경기를 뛰고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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