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국방부 셀프 실적 자화자찬, 국민 공감 힘들어"

이종윤 2022. 1. 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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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 87% 달성, "4년간 정예강군 기반 마련" 자평
국방개혁의 최종상태는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 갖추어야
16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Army TIGER 4.0 전투실험이 진행된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Army TIGER 4.0 장비들을 선보이고 있다. 'Army TIGER 4.0'은 첨단 과학기술을 접목한 미래 지상전투체계로 드론봇 전투체계, 워리어플랫폼과 함께 육군을 대표하는 3대 전투체계이자 모든 체계를 아우르는 최상위 전투체계이다. 사진=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국방부는 지난 6일 서욱 장관 주재로 '국방개혁 2.0 추진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정부에서 국방분야 개혁 과제인 '국방개혁 2.0' 과제별 목표 대비 87%를 달성했다고 추진 성과를 평가했다.

'국방개혁 2.0'은 지난 2018년 7월 국방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발표한 군 구조 개편안이다. 군 구조를 첨단 과학기술 기반으로 개편하기 위한 개혁 과제들로 육군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27개 국방부 직할부대를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육군은 "부대구조와 편성을 최적화해 출생률 저하 등으로 가용 병역자원이 감소하는 2020∼2022년 시점을 고려, 전투 효율성이 강화된 부대구조로 정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은 "작년 해상초계기 대대를 추가 창설하는 등 수상·수중·항공 입체전력의 효율적인 작전이 가능하도록 운용 능력을 강화했다"며 "항공전단의 전력 증강 및 임무 확대와 연계해 항공사령부로 개편을 추진하고, 구축함 등 함정 전력화와 연계해 기동전단을 기동함대사령부로 확대 개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군은 "천궁포대와 탄도탄감시대대 등을 창설할 예정"이며, 해병대는 "항공단, 다연장사격대 창설 등 기동·화력 능력 보강을 통해 공지기동형 부대구조로 개편하고 있다"는 등의 국방개혁에 관한 구체적 사례를 밝혔다.

국방부는 또 작년 간부를 1605명, 민간인력을 6357명 증원했다면서 "현행작전부대의 전투력은 보강하고, 비전투분야 국방업무의 전문성·연속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방부 27개의 국방부 직할부대는 조직·예산과 임무 수행 효율성, 효과성 등을 고려해 국방장관이 직접 지휘·감독하는 부대를 줄이고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하거나 지휘관계를 변경하는 쪽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육군 최초로 여단급 ‘훈련부대 간 KCTC 쌍방훈련’이 진행되는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3사단 혜산진여단 전투단 소속 장병들이 K808 차륜형 장갑차에서 하차 후 전투에 돌입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육·해·공·해병대 각 군의 무력 증강과 첨단 무기체계를 구비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군의 정치화가 지나친 것 아닌가'라는 지적과 ‘주적개념’이 없어진 국방개혁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방개혁은 다양한 버전(version)으로 그 표지를 바꿔왔다. 현재의 '국방개혁 2.0'은 그 이전의 '국방개혁 2020' '국방개혁 307' '국방개혁1430' '국방개혁 수정1호' 등과 이름만 변경되었지 근본적인 변화는 미약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단지 새롭게 보이려는 이미지 변화를 위해 표지만 바꾼 것인지, 근본적인 개혁은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국방개혁 2.0'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번 정부의 군국방개혁은 외향적 성장에 있어서 일정 성과를 도출했으나, 북의 비대칭 전력, 대량살상무기, 미래 네트워크전에 대한 대비 미흡으로 4차산업혁명이 반영된 통합된 실질적 군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3·4분기 국방개혁2.0 및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점검회의 개최. 사진=국방부 제공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병력구조나 전력구조 변경 등은 모두 군사대비태세라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라며 "국방부가 국방개혁의 87%를 달성했다며 ‘수단’을 ‘목표’로 인식하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국방개혁이 제대로 되었다면 2~3달에 한번 꼴로 반복되는 경계실패가 있을리 만무하다"며 "특히 새해 첫날 ‘점프귀순’이 도마에 오르는 시점에 국방개혁 추진실적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듯한 국방부가 본질적인 목표인식 없이 국방개혁을 추진한 증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군의 본질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국방개혁의 최종상태는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을 갖추는 것"이라며 반복되는 군 내 성범죄와 사건 사고, 경계실패 등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센터장은 "정권 마무리기에 '업적 치켜세우기'라면 심각한 사안으로 이번에 발표한 국방개혁 추진 실적을 국민이 공감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국방개혁에 있어서 최종 목표 달성 대비 87%를 달성했다는 국방부의 평가는 다소 자가당착적이다"라며 "2021년 동해 민통선 무단침입 사건과 2022년 새해 첫날부터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 민간인이 월북하는 사건 발생" 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병영문화 쇄신 차원에서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을 완화하는 등 자기개발과 문화생활 도모를 추진했지만,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오히려 각종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며 무엇보다 '군의 기강 약화'와 '경계 태세 해이'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또 "한국군은 무기개발이 재래식 전력의 화력과 기동력 증진에만 집중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와 사이버 전력에는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각군의 경계 영역을 허무는 모자이크 전의 성격의 다영역(multi-domain) 미래 전장에 대비한 전력구성의 변화, 각 병과와 군 전력의 합동, 통합 네트워크화에 대해 미진하다는 평가를 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번 정부 출범 후 국방비 지출을 증액, 세계 12위 권에서 이제는 10위 권으로 진입했다. SLMB 발사 시험에 성공했고, 세계에서 7번째로 SLBM 잠수함 발사 성공 국가로 등극했다. 초음속 순항 미사일 개발에도 성과를 내고 있고, 신형 탄도미사일 ‘현무-4’ 개발에도 성공했다. 한국군의 무기체계가 무려 800여종에 달한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방산산업도 발전해 한국은 주요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각 군의 첨단 무기체계 구비를 위한 노력은 무력 증강으로 이어졌지만 경쟁적 진행으로 중복 투자와 첨단 네트워크전, 미래전 대비, 군의 기강과 경계태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비 등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에서 미흡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국방혁신의 첫걸음'은 '국방개혁의 최종상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성찰에서 비롯된다는 진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9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동에서 한국형전투기 보라매(KF-21) 시제기 출고식을 마치고 우리 군이 보유한 글로벌호크를 비롯한 주요 무인체계 장비를 시찰하고 있다.
한편, 우리 군의 대북 감시정찰 분야 핵심 자산으로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2019년 12월 1호기 도입 후 모두 4대를 운용 중인 RQ-4 '글로벌 호크'도 결함 등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공군본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지난해 10월 13일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대가 고장 나서 부품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9월 도입한 글로벌호크 3호기는 전력화 이후 비행실적이 없고, 같은 해 4월 도입한 4호기는 비행시간이 약 80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F-35A는 최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2021년 8월까지 F-35A에서 항공기 부품이 없을 때 다른 항공기에서 부품을 빼내 정비하는 돌려막기와 같은 ‘동류전용’ 사례가 109건에 달한 것으로 전했다. 같은 기간 노후화한 F-5E/F 전투기의 동류전용은 13건이었다.

F-35A는 또 공중전 위주 전투기가 아니라해도 기관포 실탄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015년 12월 미군과 F-35A 25㎜ 기관포 탄약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나 실탄이 아닌 교육·훈련용 탄약만 계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례는 무기 도입 단계에서 군수지원체계와 운용유지 부분 등을 제대로 수립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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