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명 쓴 납북어부 유족, '고문기술자' 이근안 상대 손배소

고문으로 허위자백 후 옥살이..재심서 무죄 선고

'고문기술자' 이근안 고문기술자 이근안씨가 지난 2012년 12월 14일 서울 성동구의 한 식당에서 연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입장 표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어부 고(故) 박남선·박남훈씨의 유족이 '고문 기술자'로 알려진 전직 경찰 이근안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단은 "이근안을 비롯한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연행·감금·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한 허위자백 강요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난 6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리인단은 "1965년 함박도 조개잡이 중 납북됐다 귀환한 어부 등을 상대로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간첩으로 만들었다"며 "박남선씨가 진술한 피해 내용은 잠 안 재우기, 굶기기, 얼굴에 수건 덮고 물 붓기, 몽둥이로 발바닥 때리기 등"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소시효가 지나 이씨의 범죄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을지라도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로써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민사 책임을 지도록 하기 위해 소송에 이르게 됐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박남선씨는 1965년 서해 강화도 인근 함박도에서 조개잡이를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됐지만, 극적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13년이 지난 1978년 박씨를 불법 연행한 뒤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고, 박씨는 조작·왜곡된 증거를 토대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이 확정돼 1985년 1월 만기 출소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박씨 등의 재심에서 불법 체포·구금·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2006년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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