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신영의 영혼 속 이야기, '마요르카의 연인'
해군과 해병 장교를 육성하는 과정인 OCS(해군사관후보생대) 출신으로 해군장교로 병역을 마친 저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리처드 기어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사관과 신사'를 보게 된다. 해군의 항공사관학교를 배경으로 한 그 영화를 보고 나서 한국의 OCS도 저처럼 훌륭한 이야기가 될 풍부한 잠재력이 있음을 직감한 그는 OCS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구상했다. 하지만 그 소설이 멋지게 완성되기에는 와인처럼 숙성될 시간과 장소가 필요했다.
해군의 도시 진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어디에서 결말을 맞이해야 할까 오랫동안 고민하던 저자는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그 답을 찾았다. 마요르카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게 된 저자는, 여기라면 오디세우스처럼 세계를 방황하던 그의 주인공이 진정한 영혼의 안식을 맞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소설가 신영의 영혼 속에 들어 있던 이야기가 오랜 숙성을 거쳐 마침내 '마요르카의 연인'이라는 장편소설로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가혹한 훈련 속에서 주어진 짧은 휴식, 이승현은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거리에서 우연히 듣게 된 쇼팽의 피아노 선율, 그 선율을 따라가다가 그 곡을 연주하던 피아니스트 김은주를 알게 된다. 쇼팽으로 엮인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람임을 첫눈에 직감하지만, 짐짓 그 운명을 시험하기로 한다. 하얀 정복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목련꽃처럼 늘어선 해군장교 임관식에 은주가 찾아오고, 그때부터 이 둘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게 된다.
'마요르카의 연인'은 다층적인 구조를 가진 소설이다. 해군장교를 거쳐 당당한 사내로 성장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디세우스처럼 방황하며 세계의 의미를 탐구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루어지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랑이 결국에는 운명처럼 이루어지고 마는 것을 목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혼을 공유한 진정한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이다. 진해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마요르카에 도달했을 때, 이 소설은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 OCS 출신인 김석철 화백의 서정적인 삽화가 소설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진해역, 흑백다방, 초계구축함, 마요르카의 풍경 등 소설의 핵심을 포착해서 그대로 녹여낸 그림이 독자들을 소설 속 세계로 안내해줄 것이다. '마요르카의 연인'은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에 이어 소설가 신영의 진가를 보여줄, 마요르카의 풍경처럼 아름다운 소설이다.
문완식 기자(munwansi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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