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 대군에 '월 200만원' 지급 가능할까?

김호준 2022. 1. 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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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연이어 내걸며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병사 월급을 대폭 올릴 경우 초급 간부와 형평성을 고려해 군 보수체계 전반을 재조정해야 하는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달 '선택적 모병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병사 월급을 오는 2027년까지 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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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사 1호봉 월급 170만원 수준
사실상 軍 보수체계 전면 재조정 불가피
월급 비슷해지면 간부 지원율 저하도 우려
전문가들 "병역 구조 손 안대면 실현 어려워"
지난달 26일 양양지역 제설작업 대민지원에 나선 육군 102기갑여단 장병들이 한 참전용사 주택에서 눈을 치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이상원 기자]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병사 월급을 20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공약을 연이어 내걸며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병사 월급을 대폭 올릴 경우 초급 간부와 형평성을 고려해 군 보수체계 전반을 재조정해야 하는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이재명 “병사 월급 200만원”…‘이대남’ 포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0일 SNS에 “병사의 군 복무는 근로계약이 아니다. 최저임금으로 보장하면 연간 5조1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며 전날(9일) 올린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한 줄 공약 발표에 대한 후속 입장을 내놨다. 올해 국방예산은 54조6112억원으로, 윤 후보의 공약에 따라 필요한 추가 예산 5조1000억원은 전체 예산의 9.3%에 해당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재원은 예산 지출조정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라며 “부사관 등 직업군인의 봉급 및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체계적 조정을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약은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즉시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달 ‘선택적 모병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병사 월급을 오는 2027년까지 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 선대위 관계자는 “재원 마련을 염두에 뒀지만 구체적인 예산 추계는 인수위원회 때 가능한 영역”이라며 “(월급) 200만원이 적으면 적었지 그 이하로 내려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병장 월급은 2026년까지 약 100만원으로 증가한다. 올해 병장 월급은 67만6000원으로, 지난 2017년(21만6000원)보다 3배 이상 올랐다. 올해 국방예산에 책정된 병사 인건비는 2조3300억원이다. 병장 월급이 100만원으로 오를 경우 예산은 연간 3조1000억원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해 백령도를 방문, 해병대 전방관측소(OP)에 올라 장병들을 격려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사·소위 등 초급 간부도 월급 인상…“예산 부담”

문제는 병사 월급이 현재 계획의 두 배인 200만원 수준으로 급격하게 오를 경우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다. 현역 병사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계산하면 매년 6조2000억원 이상 예산이 필요하다.

병사 월급이 이처럼 오르면 하사나 소위 등 초급 간부와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다. 올해 기준 하사 1호봉 월급은 170만원, 소위 1호봉 월급은 175만원이다. 병사 월급이 오를 경우 이들의 월급도 최소 수십만원 이상 인상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군인 보수체계 전반을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산 추계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병사와 초급 간부 월급이 비슷해지면 입대를 앞둔 20대 청년들이 복무기간이 긴 간부를 굳이 선택할 이유도 줄어들게 된다. 실질적인 재원 마련 방안과 함께 초급 간부 확보를 위한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다른 국방예산을 줄여 병사 인건비를 늘릴 경우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대응체계 구축과 첨단 무기체계 확보 등 군사력 건설에 투입하는 ‘방위력개선비’ 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병력을 줄이면서도 병력이 아닌 첨단 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작전개념 변경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한다면 의무 복무 병사들의 대우를 대폭 개선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현재 병력 구조를 손대지 않으면서 월급을 200만원 수준으로 올린다는 건 예산에 부담일뿐만 아니라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병역 자원 규모 축소를 염두에 둔 가운데 첨단 전력을 중심으로 한 작전개념도 새롭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호준 (kazzy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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