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선 주자들이 새겨야 할 돈풀기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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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경제학계 축제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가 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 눈에 띈 건 미국 정책당국을 향한 '실기론' 비판이었다.
요즘 미국 물가는 장 보기 겁 나는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찍는 국채는 어디서든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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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준기축통화 못 끼는 한국 원화
대선 돈풀기 따른 금리 급등 주시해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세계 최대 경제학계 축제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가 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해 눈에 띈 건 미국 정책당국을 향한 ‘실기론’ 비판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역대급 재정 확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테일러 경제학’으로 유명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대규모 부양책에도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며 “그 대신 저축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돈을 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아이디어는 유동성 확대→물가 상승→선제적인 소비→생산 확대→경기 부양이 현실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폭등해 오히려 소비를 억누르는 조짐이 있다. ‘맨큐 경제학’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물가 상승률이 7%대에 계속 머물지 않더라도 2%대로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즘 미국 물가는 장 보기 겁 나는 수준이다.
독보적인 기축통화국도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찍는 국채는 어디서든 팔린다. 심지어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 초중반대다. 달러화 수요가 높은 만큼 이자 부담이 작아, 빚을 져도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확대 재정의 유혹을 우려하는 건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총회를 취재하는 내내 한국 상황이 떠올랐다. 한국 원화는 유로·파운드·엔화 같은 준기축통화에도 끼지 못한다. 한국 정부는 선진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원화 채권의 몸값은 국제금융시장이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외친다고 원화 가치가 높아지는 게 아니다.
최근 대선 정국의 재정 확대 공약들과 함께 한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건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이탈리아, 터키, 멕시코 같은 위기를 언제든 겪을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대선 주자들이 냉정한 국제정세를 이해해야 한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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