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인증샷 '게으름뱅이 운동'..美서 번지는 反노동, 왜?

신아형 기자 2022. 1. 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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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우리는 직장에서 한순간에 버려질 수 있다. 당신이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노예처럼 일해도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최근 직장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레딧의 반노동 운동 참여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청년들이 일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면 침체된 노동참여율 추세에 장기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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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우리는 직장에서 한순간에 버려질 수 있다. 당신이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노예처럼 일해도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최근 직장에 대한 강한 불만을 쏟아내는 게시물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반(反)노동(Antiwork)’이라는 주제의 별도 코너까지 생겼을 정도다. 이곳에는 직장 상사를 비난하는 사람부터 “방금 직장을 그만뒀다”며 퇴사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노동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 반노동 운동 열풍의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 이용자는 “직장 상사가 ‘(당신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알겠지만 우리는 할 일이 있다’며 내게 소리를 질러 일을 관뒀다. 이런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내 상사 얘기를 하는 줄 알았다’, ‘일에 중독 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인간’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직장에 제출한 사직서나 상사에게 퇴사 사실을 통보하는 문자메시지를 ‘인증샷’처럼 찍어서 올리는 행위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문자로 업무 지시 사항을 보내온 상사에게 ‘쓰레기 같은 일로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해줘서 고맙다. 무식한 사람들이 책임지고 있는 해로운 직장에 내일부터 나가지 않겠다’고 쓴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레딧의 반노동 포럼이 유행하면서 미국인 수백만 명이 일을 그만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노동 포럼 가입자는 2020년 10월 18만 명에 불과했지만 이달 가입자 수가 160만 명이 넘어섰다.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9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반(反)노동’ 코너 이용자들은 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에서 ‘게으름뱅이(Idler)’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이들 중 실제로 무직인 회원도 3만94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코너 관리자 중 한 명인 도린 포드는 FT에 “몇몇은 일을 그만두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동거인을 구하기도 하고 먹다 남은 음식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FT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전통적 고용 구조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4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자발적 퇴직자 수가 사상 최고치인 약 452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레저·접객업에서만 100만 명이 그만두면서 저임금 업종 종사자들의 퇴직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구인 건수가 1000만여 건에 달하는 등 구인난이 지속되고 있어 온라인 중심의 반노동 운동이 미국 고용시장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레딧의 반노동 운동 참여자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청년들이 일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면 침체된 노동참여율 추세에 장기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참여율은 지난해 11월 61.6%이었다.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1월(64.4%)과 비교해 낮았다.

FT는 “반노동과 같은 문화적 변화는 기업들이 더 나은 연봉을 제안해도 인력을 구할 수 없는 지금의 기이한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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