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제네바 회담 앞서 실무 만찬.."어려운 대화였다" 난관 예고

김정률 기자 2022. 1. 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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랴브코프 러 외무차관 "쉽지 않았다..내일 시간 낭비하지 않을 것"
블링컨 "돌파구 마련될 것으로 기대 안해"..나토 사무총장 "최악 대비해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2021년 7월 제네바 주재 미국대표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미국과 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공식 회담에서 앞서 첫 실무진 만찬을 진행했다. 양측은 구체적인 의제가 아닌 '탐색전' 격의 대화를 나눴지만 시작부터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난관을 예고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만나 10일로 예정된 회담에서 다룰 주제 등에 대해 2시간 넘게 논의했다.

셔먼 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주권과 영토 보전, 주권국가의 자유라는 미국의 국제원칙과 약속을 강조하고 외교전를 통한 진전을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셔먼 부장관은 미국은 10일 회담에서 러시아와 특정 양자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등 일부 주제는 오는 12일과 13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러시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러시아 회담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ABC방송의 '디스위크'에 출연해 "미·러 제네바 회담이나 나토-러시아, OSCE-러시아 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은 러시아에 "심각한 비용"를 지불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문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외교와 대화의 길을 택할지, 아니면 대결을 추구할 것인지"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을 인용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만찬에서 셔먼 부장관을 만난 후 "대화가 어려웠고, 쉽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내 생각에 우리는 내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빌라 라 그랜지에서 미러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미·러 회담에 대한 '비관론'은 양측으로부터 회담 시작 전부터 제기됐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랴브코프 차관은 지난 9일 "우리는 어떤 양보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완전히 배제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나토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러시아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에도 우리는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도 CNN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주 안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등 서방 동맹국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해 우크라이나 등 지역에서 양측이 군사 훈련과 미사일 배치 제한 가능성 등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린컨 장관은 양측 모두 협상 테이블에 제안을 올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근거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등 우크라이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실제적인 진전이 일어나는 것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양측이 이런 신경전에 따라 제네바 회담은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대해 서방 국가들의 공포 조장이라며 일축하고 나토의 동진을 금지하는 한편, 옛 소련 출신 동유럽 국가를 2등 나토 회원국으로 분류해 러시아를 겨냥한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 등 법적 안전 보장을 요구한 바 있다.

문제는 미국과 나토 등은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7일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조건부 나토 가입 제안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민주정치가 러시아에 진정한 위협이라고 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러시아가 주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2등 나토 회원국'은 있을 수 없다며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나토 보호가 허용되지 않는 2등 회원국들이 나토에 만들어지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는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와의 군사훈련, 군비축소 등에 대한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는 "유럽에서 새로운 무력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함께 길을 찾는 것은 정치적인 방법이며, 러시아와함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의 위험은 계속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나토의 억지력은 믿을 만하고 강력하다"며 "우리는 희망을 가져아하고 최선을 위해 누력해야 하지만 최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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