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제라도 '남북 쇼' 환상 버려야 한다

기자 2022. 1. 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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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는 오늘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불참을 중국 측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장 종전선언 실현이 어렵게 되자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미국과 북한을 끌어들여 중국과 함께 종전선언을 성사시키면 한국의 차기 정부는 물론 미국도 이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란 계산을 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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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세종연구소장

북한이 오는 오늘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불참을 중국 측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적대 세력들의 책동과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상황으로 하여 경기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지만, 우리는 성대하고 훌륭한 올림픽 축제를 마련하려는 중국 동지들의 모든 사업을 전적으로 지지,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올림픽을 ‘어게인 평창’으로 삼아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추진하려던 문재인 정부 구상은 다시 한 번 좌절됐다. 북한은 문 정부와는 종전선언을 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베이징올림픽 불참 결정으로 문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쓸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카드마저 사라졌다. 이에 따라 그러잖아도 ‘3중고’에 처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3중고의 첫째는 미·북 비핵화 대화 중단이다. 둘째는 남북관계의 완전 정체다. 셋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북한이 ‘자폐’ 수준의 자발적 고립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그에 따라 중국과의 교역도 중단되면서 북한의 경제 상황은 매우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삼중고에 더해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한반도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거나, 반대로 미·중이 격돌하는 핫스팟(분쟁지대)이 될 우려가 커졌다. 총체적으로, 3년 전 봄날의 효과는 아스라이 사라지고 평화 프로세스는 미궁에 빠졌다.

문 정부는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종전선언에 올인했다. 당장 종전선언 실현이 어렵게 되자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미국과 북한을 끌어들여 중국과 함께 종전선언을 성사시키면 한국의 차기 정부는 물론 미국도 이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란 계산을 했었을 것이다. 북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베이징올림픽 불참 결정과 함께 지난 5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다시 시험발사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에서 지난해 9월의 첫 발사와는 달리 측면기동 기술 등 성능이 크게 향상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임기 중 문 정부가 할 일은 가능성 없는 종전선언에 더는 매달릴 게 아니라, 차기 정부에 어떤 레거시를 넘겨줄지에 집중해야 한다. 종전선언도 공허한 일회성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보장하는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 종전선언을 임기 말에 무리한 못 박기 식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지금 문 정부에 남은 가장 중요한 책무는 우선,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가 안정된 가운데 치러질 수 있도록 한반도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차기 정부가 초당적으로 견실한 대북정책과 비핵화 협상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문 정부 5년의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지금처럼 글로벌 전략 환경이 불확실하고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외교 안보의 치밀한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다. 북한에 올인하느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지정학적·지경학적 도전에 대응할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지금 인류가 당면한 공통의 리스크는 코로나19, 중국, 기후변화, 사이버 등에다 공급망 재편에 따른 지경학적 리스크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계 모든 국가가 다가오는 글로벌 리스크의 충격에 대비하느라 불철주야 고심 중인데 한국은 언제까지 북한만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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