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 우물에 침 뱉는 '보수'론 못 이긴다

기자 2022. 1.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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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與는 대표가 나서 재명학 공부

反李 의원들도 비판 입 닫아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옛말

野, 대여 공격보다 후보 흔들기

직원이 경쟁사 제품 홍보하는 격

절박성에선 이미 與가 野 앞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다리를 다쳤다. 두 차례 수술하고도 휠체어를 탄 채 종횡무진이다. 주변에선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송 대표가 출마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얼마 전에는 이 후보를 알아야 한다면서 책 5권을 쌓아놓고 ‘재명학’을 공부한다고 올렸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후보의 음주운전 전과조차 “공익적 활동” 운운하며 감싸는 것을 보면 당내에서도 너무 심하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 후보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받은 공약을 말하면 앞장서서 입법화를 독려한다. 이러니 지난 7일 열린 한 행사장에서 이 후보는 “송영길 선대위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다른 데(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비교하니까 너무 잘하지 않습니까”라고 극찬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는 한동안 선거운동 지원 요청을 거부하다가 최근 전격 합류해 호남지역 선거운동에 동행하고 있다. “인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절대 지지할 수 없다고 했던 ‘반(反)이재명’ 의원들도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았다. 할 말은 많지만 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 누구 하나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데, 이번 선거에선 보수에 통용되는 얘기가 됐다.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무엇보다 정권을 빼앗기는 것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경우엔 정치권뿐만 아니라 검찰 등 정부 측의 친정권 인사들조차 자신들이 저지른 일의 사필귀정을 걱정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습된 행동이기도 하다. 노선이 다르면 밥도 같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 진보 운동권의 생리였는데, 그런 절박함이 이들을 변모시켰다.

반면, 국민의힘을 보면 입으론 정권교체를 외치지만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집단의 전형이다. 경선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뽑아놓고도 상대 당 후보보다 더 흔들고 있다. 그 중심에 이준석 당 대표와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있다. 극적 봉합을 했지만 이 대표의 언행이 윤 후보 지지자들에게 입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언제든 수틀리면 뛰쳐나갈 태세다. 자신이 인정하듯 방송이나 언론에서 한 얘기의 9할은 선대위, 1할은 후보를 공격하는 발언이었다. 윤 후보에게 지하철 인사를 하라는 ‘연습문제’를 냈는데 안 받아들이자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고 사돈 남 말 하듯 했다. 정부 여당 비판은 듣기 어렵다 보니 ‘민주당 선대위원장’ 비유까지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당 의원 80%를 통신 사찰했다고 규탄하고 있는데 대여 공격 한마디 하지 않는다.

홍 의원은 여전히 ‘후보 교체’의 미몽(迷夢)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새해부터 ‘홍카콜라’ 유튜브를 재개하면서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능력과 처가비리 문제다. 그게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라고 비난했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불행해진다”고도 했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를 지경이다. 만약 자신이 후보가 됐고, 윤 후보가 ‘돼지 발정제’ 운운하며 비판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경선에 나섰던 유승민 전 의원은 행방 자체가 묘연하다. 선거 때만 되면 나와서 입바른 소리 하다가 지면 아무 말 없이 사라지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별의 순간이 왔다”면서 윤 후보를 치켜세우며 총괄선대위원장을 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결별선언 직후 ‘윤 씨’라고 불렀다.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해야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본모습은 어려울 때 나타난다. 국민의힘에는 어제까지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사람이 득실거린다. 최종적으론 후보 책임이겠지만, 선거는 진영의 명운을 건 대회전인데 이렇게 흔들고 있으니 여론이 좋을 리 없다. 회사 직원들이 자기 회사 제품보다 경쟁사 제품이 더 좋다고 선전하는 격이다. 대선은 미래지향적 투표를 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콩가루 같은 집단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 대선에 패배한 뒤 또 뼈를 깎겠다며 무릎을 꿇는 쇼를 하려는 것일까. 야당에 더 깎을 뼈가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절박성에서부터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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