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2000년 전 '선거의 기술'

기자 2022. 1. 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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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가 자초했던 범죄와 성 추문, 부정부패를 기회가 될 때마다 무기로 활용해 그들을 압도해야 한다." "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악의적인 소문은 대부분 가족과 친구에게서 시작된다." "필사적으로 아첨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을 맞추고, 필요하다면 표정과 말투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일반 대중을 향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약속을 해선 안 된다. 애매한 일반론을 고수하라." "정치판은 속임수와 변절, 배신이 난무하는 곳이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지 말라."

여야 선대위 내부 자료에 나올 법한 이 선거운동 지침은 2000여 년 전 작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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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경쟁자가 자초했던 범죄와 성 추문, 부정부패를 기회가 될 때마다 무기로 활용해 그들을 압도해야 한다.” “선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악의적인 소문은 대부분 가족과 친구에게서 시작된다.” “필사적으로 아첨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을 맞추고, 필요하다면 표정과 말투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일반 대중을 향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약속을 해선 안 된다. 애매한 일반론을 고수하라.” “정치판은 속임수와 변절, 배신이 난무하는 곳이다.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지 말라.”

여야 선대위 내부 자료에 나올 법한 이 선거운동 지침은 2000여 년 전 작성된 것이다. 기원전 64년 로마 집정관 선거에 마르쿠스 키케로가 출마하자 동생 퀸투스 키케로는 짧은 편지 형식으로 58개의 정치적 조언을 전달했다. 당시 로마 체제는 귀족 대표 원로원과 평민 대표 민회, 집정관을 수장으로 하는 행정체제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공화정이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세력 균형이 무너지고 특권에 집착한 귀족과 고위 행정 세력이 결탁하면서 공화정 몰락을 재촉하고 있었다. 평민 출신 마르쿠스가 선거에 나선 것도 공화정의 재건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연설가이자 정치가인 마르쿠스에게도 30여 년간 귀족이 독점해온 집정관에 당선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실주의자 퀸투스의 조언이 현재까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선거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2012년 버락 오바마 재선 캠프 참모들은 바쁜 선거운동 와중에 이 책을 수백 권 구매해 돌려 읽었다. 국내에는 ‘선거에서 이기는 법’(Commentariolum Petitionis)이란 제목으로 21대 총선 2개월 전 출간됐다. 이 책은 일견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 것을 권하는 후보용 선거지침서로 읽힌다. 그러나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는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의 교묘한 해명과 매혹적인 공약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르쿠스는 어떻게 됐을까. 집정관에 당선돼 카틸리나 역모 사건을 적발하는 등 공화정 재건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2차 삼두정치를 연 안토니우스에 의해 살생부에 올라 동생과 함께 암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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