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종전선언, 이제 노둣돌 놓기라도 잘해야

2022. 1. 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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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종전선언 구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정부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 무대에서 지지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한국은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라고 공언했지만 미국은 북한과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전념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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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종전선언 구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정부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국제 무대에서 지지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임기 4개월여를 남긴 현시점 전망은 밝지만 않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의 핵심 당사자여야 할 북한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북한은 한·미의 종전선언을 고리로 한 대화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왔다. 종전선언을 포함 남북·북미 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베이징동계올림픽 불참을 공식화하며 대화의 문도 걸어 잠갔다. 북한은 베이징올림픽 불참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와 코로나19 등을 들었는데 종전선언 의지가 있었다면 선수단은 아니더라도 대표단 파견 여지를 남겼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더해 북한은 정초부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강행했다.

종전선언의 또 다른 한축인 미국의 태도도 모호하다. 한국은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을 사실상 마무리한 상태라고 공언했지만 미국은 북한과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는 데 전념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한다. 미 의회 내에서는 종전선언이 북한과 중국에 선물이 될 뿐이라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미 민주당을 중심으로 종전선언 지지 한반도평화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조 바이든 행정부에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미 조야에서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에 큰 차이를 두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들 법안과 서한에 명시된 ‘전쟁상태에 대한 공식적이고, 최종적인 종식이 되는 구속력 있는 평화합의’는 종전선언보다 평화협정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현실적으로 베이징올림픽을 종전선언의 계기로 삼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북한이 종전선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종전선언 관련 실무를 담당했던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 교체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만 ‘썰’ 수준이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고려한다거나 종전선언을 정상급이 아닌 장관급 수준에서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는 금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을 향한 진정성과 노력은 이미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6·25전쟁 이후 70년이 다 되도록 유지되는 기이한 정전체제를 끝내고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힌 것은 후한 점수를 줄 일이다.

이젠 종전선언이라는 오작교를 꼭 내손으로 놓겠다는 무리보다는 다음을 위해 노둣돌 하나를 착실하게 놓겠다는 마무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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