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한 급격한 에너지 전환 정책, 물가 위험 더 키워"

김정남 2022. 1. 1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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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제학회 2022]
슈나벨 ECB 위원의 에너지發 인플레 경고
수요 무시한 脫탄소, 에너지 대란 불렀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인플레 맞닥뜨린다"
한국 등 각국 에너지 전환 고심, 참고 될듯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이 인플레이션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은 세계 경제학계 최대 행사인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 둘째날인 지난 8일(현지시간) ‘기후와 금융 시스템’ 세션에 나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경제로 전환하는 계획은 인플레이션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독일 본대학교에서 금융경제학 교수를 역임한 전문가다.

이사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위원가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 둘째날인 8일(현지시간) ‘기후와 금융 시스템’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EA 연례총회)

현실적인 수요 무시한 脫탄소 정책

이사벨 위원은 “최근 물가 폭등의 절반 이상은 에너지 가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1997년 통계 산출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 가격은 무려 26.0% 뛰며 물가 폭등을 주도하다시피 했다.

이사벨 위원은 그 원인을 두고 “유럽 대륙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녹색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이 태양광, 풍력, 조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화석연료에 세금 부과 등 규제를 가했고, 이같은 급격한 전환이 화석연료 수요가 존재함에도 투자 위축으로 나타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난의 배경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사벨 위원은 “이를테면 지난해 유로존 천연가스 가격은 역대 최고치 상승했다”며 “에너지 공급 중단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ECB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 3.2%를 두고 “불확실성으로 둘러싸여 있다”고도 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장기화→기대인플레이션 오름세→노동자 임금 인상 요구→기업 생산 비용 증가의 시나리오를 그는 특히 우려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이런 흐름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사벨 위원은 이보다 탄소세(carbon tax)를 지적했다. 탄소세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각종 화석연료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사벨 위원은 “탄소세는 이미 (물가 상승에) 완만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있는 에너지 전환 노력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요 물가 위험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이사벨 위원의 경고는 한국을 비롯해 탈(脫)탄소 정책을 고민하는 각국 정부들이 참고할 만하다.

그는 그러면서 ECB의 긴축 전환을 촉구했다. ECB는 연방준비제도(Fed) 같은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비교해 아직 완화적인 정책 스탠스를 바꾸지 않았다. 이사벨 위원은 “ECB는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발(發) 인플레이션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급격한 에너지 정책 전환에 대한 부작용은 미국 역시 갖고 있다. 월가에서 ESG 투자의 선봉장으로 잘 알려진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마저 여러차례 공개석상에서 “(화석연료 공급 제한 등) 지나친 단기 환경주의 정책이 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각국이 현실적인 수요 흐름을 무시한 채 이상적인 공급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도 “급격한 에너지 전환 부작용”

이외에 기후 변화 화두는 올해 총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자코포 폰티셀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총회 마지막날인 9일 ‘기후 변화’ 세션에서 기후 변화가 노동과 자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있었던 브라질의 한 지역을 연구하면서 “기후 변화에 노출된 지역은 장기적으로 대출 감소로 인한 자본 유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투자 기회가 영구적으로 줄어들 수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폰티셀리 교수는 또 “이같은 지역의 일자리는 농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급격하게 줄어든다”며 “지역 제조업이 이들을 일부 흡수하지만 대부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주민들을 받는 지역도 농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일부 고용을 늘리는 정도”라고 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노동정책 대응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자코포 폰티셀리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2022 총회 마지막날인 9일(현지시간) ‘기후 변화’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EA 연례총회)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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